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 기업과 거리두기과정서 무리수
법적다툼에서도 논리성·합리성에서 밀리며 기선제압에 실패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인보사 문제에 대한 식약처 대처가 일관성 없이 허둥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식약처가 부정적 여론을 의식, 기업과의 거리두기 과정에서 무리수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풀이이다. 법적대응에 있어서도 논리성과 합리성에서 밀리며 기선제압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에 떠밀린 식약처, 잘못 꿰어진 첫 단추

식약처가 인보사 문제 대처에서 허둥대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상황에서 포착된다. 식약처는 지난 5월 28일 기자 브리핑을 갖고 인보사 허가취소 및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형사고발을 발표했다. 코오롱티슈진 조사를 위해 미국에 다녀온 지 이틀만이다. 조사단은 5월 19일 가서 26일 돌아왔고, 28일 오전 브리핑이 진행됐다. 식약처가 미리 결론을 내놓고 형식적 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인보사는 이미 언론으로부터 암위험성이 있는 가짜약으로 낙인 찍혔고, 식약처가 허가취소에 늑장부린다며 한 통속이기 때문 아니냐는 여론의 질책에 시달려 왔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무게감 있는 대처에 대한 애초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브리핑 내용도 정부 기관으로서 적절성에 부합했느냐는 의문을 낳았다. 허가취소를 결정했다 해도 청문절차 등이 남아있는 만큼 이 사실이 충분히 공지돼 확정적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빨리 발표하는 데에만 급급,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 제약사에게 반격의 틈을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근거 못 댄 ‘고의 은폐’ 주장 코오롱생명과학에 ‘주홍글씨’

더 심각한 것은 증거 없는 비방성 문제제기 및 편의에 따른 말 뒤집기가 정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 식약처는 허가 취소를 발표하며 그 주요 문제점으로 인보사 주성분이 바뀐 것을 알면서도 ‘고의 은폐’했다는 점을 들었다. 약사법에선 ‘거짓이나 그밖에 부정한 방법’이 동원될 경우 품목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경우 죄질이 나쁘고 처벌이 무겁다. 기업으로선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정작 청문절차 진행 후 확정 발표 때에는 허가취소 사유로 주성분이 다르다는 점만을 문제 삼았다. 향후 법적대응을 고려, 자신 없는 ‘고의 은폐’ 입증 보다는 사실관계가 명확한 쪽을 택했다는 풀이이다. 그럼에도 코오롱생명과학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는 지울 길이 없다.

‘안전성 문제 없다’서 ‘투약자는 마루타’ 말 바꾸기에 불안감 조성

식약처는 또 바뀐 주성분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왔다. 바뀐 세포가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 심지어 법률대리인은 법정에서 ‘투약자들이 마루타 역할을 한 것’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투약 환자들의 걱정과 불안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에 정부기관 또는 그 대리인이 취할 태도가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식약처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인보사 주성분이 바뀌긴 했으나 안전성,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환자들을 안심시켜 왔었다.

안전성 문제와 관련, 최근 한 방송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검찰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바뀐 세포가 방사선 처리를 거쳐도 모두 사멸되지 않았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내용이 어떻게 식약처에 건내졌는지도 그렇지만 그 결과도 그동안 식약처의 그동안 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여 의문이 남는다. 식약처는 세포 대부분이 방사선을 쪼인후 15일~20일이면 사멸하는데 44일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모두 사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사선 조사는 세포는 죽이지 않고 증식되지 않도록 세포의 분화를 차단하는 것이고, ‘사멸’은 세포분화능력이 상실됐다는 것을 말하는데 세포가 죽지 않았다고 사멸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 ‘무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풀이를 낳았다.

식약처가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는 ‘오버’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 투약 환자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 자율적으로 거액을 들여 장기추적조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마치 자신들이 주도하고 끌어가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다툼으로 ‘장기화’, 코오롱 미FDA 3상 재개 시기 저울질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이사의 제약바이오협 출입기자단 오찬 자리에 동석한 이 회사 김수정 연구소장은 “식약처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목이 메더니 눈물을 비쳤다. 인보사 허가당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옛 일을 상기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세계 최초의 혁신치료제 개발에 의기투합했던 제약 연구진과 식약처 허가 담당자가 법정에서 네 탓 공방을 벌여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 됐다. 기선은 코오롱쪽이 잡았다. 코오롱 공장에 보관중인 인보사 제고물량의 회수, 폐기 조치가 인보사 허가취소 1심판결까지 미뤄졌다. 더 중요한 판결은 이달 중순경 나온다. 허가취소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경증환자 대상 임상3상 승인 취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이 때쯤 내려진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법적대응과 더불어 미국FDA 3상임상 재개를 위한 필요 자료를 모두 구비한 채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 등에 대한 법원 판결 및 미국 현지의 휴가일정 등을 고려,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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