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 산재 인정 기준 시간 2배 근무…정신적 스트레스도 극심
이승우 회장, 병원들 전공의법 우회 위반·처벌 미약 함께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전공의협의회가 故 신형록 전공의의 사망과 관련한 산재인정과 이에 대한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한편 병원의 전공의법 편법 우회 및 위반 시 미약한 과태료 처벌이라는 제도적 한계를 함께 지적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이승우)는 30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열리는 인천노동복지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지난 2월 당직 중에 사망한 故 신형록 길병원 소아과 전공의의 죽음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산재승인을 촉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故 신형록 전공의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내인에 의한 사망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부정맥 등 심장의 원인과 원인불명의 내인성 급사를 일컫는 청장년급사증후군의 가능성 등이 언급되어 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故 신형록 전공의는 환자 진료와 남아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퇴근 시 보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더 일하고 있었으며,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 조차 없아 최대 근무시간을 월씬 초과하는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 전공의는 이처럼 과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근로환경 속 심각한 만성과로에 시달리던 중 담당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사망 당일에는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극심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이 같은 故 신형록 전공의의 근무상황이 산재 인정기준에 충분히 부합함을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기준에는 주 60시간 이상 근로, 주 52시간 이상 근로와 가중요인 1개, 주 52시간 미만 근로와 가중요인 2개 이상을 과로로 인정하고 있다. 가중요인에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육체적 강동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가 해당된다.

이승우 회장은 “신형록 전공의의 근무시간은 주 60시간 이상의 근로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것은 물론, 휴일도 부족했고 정신적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어려운 업무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협은 정부에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승우 회장은 “故 신형록 전공의의 죽음과 같은 참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병원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만약 (정부와 병원이) 무책임한 태도로 내버려 둔다면 왜곡된 의료체계에서 묵묵히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1만 6천 전공의들의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족과 간호사들도 대전협의 신형록 전공의의 산재인정 촉구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형록 전공의의 누나가 참석했다. 유족 측은 “제 동생의 죽음에 대한 대가가 고작 복지부가 병원에 부과한 과태료 500만원이라는 사실은 저희 유가족들을 비참하게 만든다”면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를 꿈꾸는 많은 전공의들이 살인적인 근무강도를 견디고 있다. 제 동생이 이번에 산재판정을 받음으로서 과도한 근무환경에서 전공의들이 근무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신 전공의의 죽음이 명백한 산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 전공의는 일주일에 110시간을 일했으며, 이는 하루로 나눌 경우 17-18시간을 일한 셈”이라면서 “의사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고 상대적 약자인 수련 전공의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운 병원 환경이 신 전공의의 죽음을 불러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간호사는 “신 전공의의 부검사인이 해부학적으로는 불명일지 몰라도 그의 당직표나 근무시간으로는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에 두배에 달하는 110시간을 일했음이 명백하다”면서 “그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고 제2, 제3의 신형록이 나오지 않도록 전공의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 전공의법 편법 우회로 전공의 추가근무 실시…위반 시 미약한 처벌도 문제

대전협은 병원현장에서 전공의법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처방전달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을 통해 근무시간 외 근무를 실시하고 있었다.

박지현 대전협 수련이사는 “80시간으로 한정하고 있고 지켜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의사의 아이디를 빌려서 그 아이디로 처방을 낸다. 전공의 한명 당 맡은 환자가 너무 많아서 퇴근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전협은 전공의법 위반 시 미약한 처벌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지현 수련이사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위반 병원에 대해 과태료 처벌을 내린 뒤 위반 사항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시정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병원이 해당 지적 사항을 시정하지 않았을 때 수련병원 지정취소나 과목취소가 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병원들은 이 같이 미약한 처벌로 인해 상황을 반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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