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처방전 의약품 부족분 약사 구매 내역 소명 불충분' 복지부 승소 판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사에게 통보하거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의약품을 대체조제 한 후 공단에 청구한 약사에 대해 복지부가 내린 15일간의 약사면허 정지 및 약국 10일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법원이 이는 정당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약사가 처방전 의약품의 부족분을 메울만큼의 의약품 구매를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며, 이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줬음에도 이를 소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경기도 B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를 상대로 2009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건보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 비용 내역의 사실 여부 등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A씨가 의약품을 대체조제한 후 처방의사에게 통보하지 않고 처방된 의약품으로 560여만원을 청구했으며, 처방의사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약효동등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후 420여만원에 달하는 처방된 의약품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B약국에 관해 10일 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구 약사법 제23조의2 제3항에 따라 A씨에게 15일간의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함께 내렸다.

A씨는 이 같은 처분에 대해 자신이 소명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대비를 하지 못한 채 현지조사를 받았으며, 이마저도 강압적인 분위기로 요양급여 비용 부당 청구 등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지조사 개시 7일전까지 출석요구서, 보고요구서, 자료제출요구서 및 현장출입조사서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며, A씨가 이러한 위법을 지적하는 취지로 조사의 연기를 요청했음에도 복지부가 이를 거부해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과 제18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자신이 부당한 대체조제 및 요양급여 비용 부당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약국에서는 처방전 의약품을 의약품 공급자에게서 공급받거나 폐업 약국 등에서 구입했는데, 그 당시 의약품공급자가 그 공급내역을 심평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등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으므로, 센터의 자료상으로는 A씨에게 처방전 의약품 부족분이 있더라도 실제로는 그런 부족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서명한 의약품 대체조제 사실확인서도 A씨가 조사관의 강요나 회유에 못이겨 작성했으며, 그 확인서에는 처방전 의약품과 대체조제 의약품의 이름과 단가만 있고 구체적인 대체조제 내역 등의 기재는 없다고 말하면서 복지부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이유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먼저 의약품의 구매량이 비용청구 수량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복지부의 의심을 샀다고 밝혔다. 이어 7일전에 복지부가 현지조사를 알렸다면 처방전 의약품과 대체조제 의약품을 각각 상당량씩 긴급히 확보해 조사에 혼선을 줄 수 있었다며, 이에 따라 행정조사기본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2심 재판부는 부당한 대체조제를 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A씨의 처방전 의약품 청구 수량이 A씨가 실제로 구입을 했다고 구체적으로 해명한 수량보다 현저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항소심까지도 처방전 의약품 부족분의 상당량을 실제로 구입했다고 보게 할 만한 구체적인 내역과 그 자료 및 대체조제 의약품 구입량을 제고량으로 가지고 있는지와 대체조제 외의 구체적인 교품, 상계처리 등 사용처나 처분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복지부 조사관이 확인서 작성에 대해 A씨를 회유했다고 의심할만한 증거가 없으며, 처방전 의약품 부족분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A씨에게 충분히 부여했음에도, 설득력있는 주장을 하지 못했다”면서 “또한 복지부가 신속하게 현지조사 결정을 내렸음에도, 유독 A씨에게만 아주 뒤늦게 행정처분을 했다거나 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을 종합해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인용하고 복지부 처분들에 대한 원고의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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