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2015년 20~59세 남녀 29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남자들은 85.3세, 여자들은 82.6세까지 살고 싶다고 할 정도이다(국민건강인식조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평균수명이 길어져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한다. 허나 우리나라의 많은 노인들은 힘든 여생을 보낸다. 땡볕 아래서 폐지를 산더미처럼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들을 자주 본다.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 팔아서 받는 돈이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가 사는 동네 교회에서는 매주 하루를 정하여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다. 그리고 용돈으로 2천원을 드린다고 한다. 그 날이 되면 많은 노인들이 교회에 오는 것을 보곤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하루 세끼니 걱정하지 않으면서 잘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노인의 힘든 현실은 국제비교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은 65세 노인인구의 45.7%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둘 중 한 사람이 가난하다는 말이다. OECD 주요국의 평균 노인빈곤율이 12.3%인데 거의 4배 이상 높다. 선진국에서는 10명 중 한 명의 노인이 가난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2명 중 한 명이 가난하다. 그러다 보니 편한 여생을 지내야 할 노인들이 70세가 넘어서까지 일을 하려고 한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55-79세 연령층 10명 중 6명은 일하기를 원했고, 평균 73세까지 근로를 희망하고 있다. 그 이유로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1인당 연간 소득 3만 불을 달성한 번영의 대한민국에서 왜 이렇게 힘든 노후를 보내는 노인이 많은가? 그것도 OECD 나라의 4배나 많은 노인들이 가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가?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의 양육, 교육, 취업, 결혼 등 모든 것에 올인한다.

그러다 보니 막상 자신의 노후에 대하여는 소홀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하여 과외 공부, 각종 스펙을 쌓기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자녀를 대학교육까지 마치는데 3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25세 때 대학을 마친다고 볼 때 매월 100만 원 이상을 자녀에게 쓴다. 요즘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 되니 끝없이 뒤를 돌봐 주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자녀들을 18세가 될 때까지 돌보아 주면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따라서 청년실업문제 해결이 노후생활보장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정년은 60세라고 하나 정년까지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퇴직 평균나이가 51세라고 하니 한창 일할 수 있을 때 직업전선에서 물러나 그동안 모아둔 저축을 자녀결혼 등의 자금으로 쓰고 나면 자신의 노후를 위한 경제적 여력이 전무해 지는 것이다.

최근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에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 이전에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정년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끝으로 노후소득 보장수단인 국민연금 제도의 개선이다. 푼돈 연금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하나 노후에 가장 믿음직한 것은 다달이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연금제도를 시작한지 이제 30여년에 지나지 않았고 국민연금 보험율도 연금제도가 시작할 때 매월 소득의 9%로 정해진 이래 바뀐 적이 없기 때문에 낮은 연금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금제도가 노후의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보험요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노인의 빈곤문제 해결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청년실업문제 해결, 60세 정년 보장, 국민연금 개선방안 등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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