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기 수입 규제로 생산 공정 교체 위기…비용 부담 가중·최악의 경우 생산 중단도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바이오업계 또한 여과기 수입 잠정 중단으로 인해 치명타를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의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안’을 입법예고, 지난 24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된 발효일자는 8월 1일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가 되면 그동안 수입해 온 제품에 대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각종 허가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허가 심사기간은 평균 90일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에서 규정한 전략물자 632품목 중 바이오업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분야는 병원균 및 독소를 비롯, 발효조 및 여과기 등의 장비 등이다. 대부분이 오스트레일리아 그룹(생물학 무기와 화학 무기의 감시, 무기개발에 쓰이는 물질과 기술의 통제를 위해 결성된 국가간 비공식 기구)에서 규정한 리스트에 포함이 돼있다.

이들 품목 중 가장 민감한 품목은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에서 쓰이는 여과기이다. 여과기 자체는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입 가능한 품목이지만, 업체마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 쓰이는 여과기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며, 어떤 여과기를 쓰느냐가 기업 비밀일 정도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문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에서 여과기를 교체할 경우, 제조공정을 전부 다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다. GMP 시설의 ‘주요사항 변경’ 요건 중 하나인 여과기 교체 이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과기를 교체한 이후에도 동질성을 띄는 의약품이 생산되는 것을 확인 후 제조공정 변경을 승인하고 의약품 생산 허가를 내주는 과정을 거치게된다. 이 과정에서 여과기를 교체 후 동질성을 띄지 못하는 경우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다.

일본산 여과기를 쓰는 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우선 일본산을 제외하고 다른 여과기를 쓰는 방안이 대두될 수 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여과기와 유사한 제품을 찾아야 하고, 이를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GMP 밸리데이션을 입증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계속 일본산 여과기를 쓰는 방법도 있으나, 이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도체산업 분야의 경우, 일본과의 통상 분쟁 이후 불화수소 등 필수 재료들의 수입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여과기 또한 개별허가 트랙을 통해 수입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통상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 바이오의약품업체 대표는 “결국 이번 조치는 일본이 수출 장벽을 높여 우위를 선점하려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업계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하긴 하겠지만, 결국 국제 관계의 이해와 정무적 판단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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