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난소는 3 x 3 x 3cm 정도의 크기로 자궁과 난관의 바깥 부위에 위치하며 연령과 주기에 따라 여성 호르몬(주로 에스트로젠과 황체 호르몬)을 분비하여 월경과 임신, 신체 대사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곳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한 후에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용한 살인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여성 암 환자는 10만911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피내암을 제외한 자궁경부암 환자는 3566명으로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자궁내막암 환자는 2622명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15.4%(34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암 환자도 2630명이 전년보다 7.6%(187명) 늘었다.

◆타 암종에 비해 발전이 더디고 까다로운 난소암 치료제 시장

난소암은 자궁경부암, 유방암과 함께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3대 여성암 중 하나이다. 이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약 10%의 일부 환자를 제외한 약 90% 환자에서 발생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방암 혹은 자궁경부암 등과 같이 효과적인 검진 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조기 검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여성암과 달리 적절한 선별검사가 없고 대부분 환자들이 복통 및 더부룩함 등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나타나다보니,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3기 이상 판정을 받는 난소암 환자는 70%에 달한다.

이렇게 암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난소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64.1%로 유방암 92.3%, 자궁경부암 79.9%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며 특히 4기에 진단 받은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10%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난소암의 치료는 일차적으로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고 암세포의 유형 및 진행상태 등을 확인해 이후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진행성 난소암은 육안으로 잔류 종양을 남기지 않을 때 가장 우수한 생존율을 보이기 때문에 일차 치료에서 최대 종양감축 수술 후 백금계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6주기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난소암이 재발하는 경우, 재발 시기에 따라 치료제를 결정한다. 마지막 백금계 기반 항암 치료 후 6개월 이전에 재발한 환자는 ‘백금 저항성’, 6개월 이후 재발한 환자는 ‘백금 민감성 으로 나누어 각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를 시행한다.

난소암 치료제는 타 암종에 비해 발전이 더딘 편으로, 치료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난소암 1차 치료 옵션은 1998년 개발된 항암화학요법(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표준요법으로 유지되어 왔다.

국내 기준으로 난소암 표적 치료제는 단 3개만이 허가를 획득했으며, 폐암, 흑색종 등 빠르게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아직 난소암에서는 허가 받지 못했다.

즉, 난소암은 치료 환경도 열악한데다 치료 단계도 복잡하기에, 초기 치료 단계부터 재발 가능성 및 환자 접근성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로슈 아바스틴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를 확인한 유일한 표적 치료제

2005년 전이성 직결장암으로 국내에 처음 등장한 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은 점차 적응증을 확대해, 2013년에는 난소암 최초의 표적 치료제로 등장했다.

아바스틴은 난소암 1차 치료(고위험군) 및 2차 치료(백금계 감수성)에서 약 20년만에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했다. 5개 이상의 글로벌 3상 임상연구를 통해 난소암 1,2차 치료 뿐만 아니라 3차 치료에서도 전체생존기간 및 무진행생존기간 개선 등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국내 난소암 1차 치료에서 허가를 받은 유일한 표적 치료 옵션이다.

총 1,873명의 환자가 참여한 3상 임상시험인 GOG-0218에서 난소암 1차 치료에서 수술 후 남아있는 종양의 크기가 1cm 이상인 고위험군 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생존기간은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3.4개월 연장된 43.3개월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인 환자가 참여한 임상 데이터에서 아바스틴은 국내 환자 28명을 포함해 백금계 감수성 재발 난소암 환자 674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전체생존기간 42.6개월, 무진행생존기간 13.8개월, 객관적반응률 78%를 확인했다.

해당 임상은 위약과의 비교가 아니라 기존 표준 치료방법인 항암화학요법과의 비교를 진행했기에,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아바스틴이 임상적 유용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아바스틴은 암 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신생혈관생성을 차단하는 기전에 따라 BRCA 등 유전자 변이 유무 등과도 상관없이 임상적 효과를 확인 하는 등 아바스틴의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허가받은 난소암 표적 치료제 중 가장 넓은 범위의 급여 커버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아바스틴은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 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1차에서 항암화학요법 치료 후 재발한 백금계 저항성 및 백금계 감수성 환자의 2차 치료 및 백금계 저항성 환자의 3차 치료 시에도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 BRCA 변이 유전자를 바이오마커로 삼아 진단에 활용한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

70% 이상의 난소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이후 3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하고 있어, 치료 반응을 최대한 지속시켜 환자들의 재발을 최대한 늦추는 치료에 대한 의학적 요구도가 매우 높았다.

또한 난소암의 약 5-10%는 유전성으로 발생하며, BRCA 변이가 있는 경우에 난소암의 발생 위험률은 11%-39%로 알려져 있어 맞춤 치료에 대한 요구도 역시 높았다.

2015년 2차 이상의 백금 민감성 재발성 BRCA 변이 환자의 단독유지요법으로 국내 허가받은 린파자(올라파립)는 BRCA 유전자를 진단에 활용한 첫번째 난소암 치료제다.

린파자는 암 세포의 DNA 손상에 대한 복구 기전을 저해하여 선택적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최초의 경구용 폴리중합효소(PARP, poly ADP-ribose polymerase)억제제로, EU, FDA에서는 Study19, SOLO2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BRCA 변이에 관계없이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반응한 재발성 상피성 난소암(난관암, 복막암 포함) 환자의 유지요법으로 허가됐다.

린파자도 아바스틴과 같이 한국 환자 임상 데이터(SOLO2 한국환자: 7명, SOLO1 한국환자: 29명)를 가지고 있다.

린파자는 study 19 연구를 통해 BRCA 변이에 상관없이 고도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환자에게 백금화학 치료 후 유지요법에서 위약군 대비 3.6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개선을 확인했다. 이후 분석된 결과에서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위약 군 대비 6.6개월 개선된 무진행 생존기간을 보여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 군에서 치료 이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에 참여한 BRCA 변이 환자 중 15%가 5년 이상 린파자 투여를 지속해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린파자 캡슐은 국내에서 2017년 10월 보험 급여권에 진입했으며, 기존 15개월로 제한되어 있던 건강보험 급여투여 기간이 2019년 5월부터 삭제되면서 환자들의 접근성이 더욱 강화됐다.

지난 2018년 ESMO에서는 새롭게 진단받은 3기 혹은 4기 고도 장액성, 고도 자궁내막암, BRCA 변이(sBRCA, gBRCA)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게 1차 화학요법 이후 유지요법으로서 린파자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한 SOLO1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SOLO1 연구 41개월 추적관찰 결과, 대조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13.8 개월이었던 데 비해 린파자정 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1개월동안 도달하지 않았고, 재발률을 70% 감소시킨 결과를 보였다. 기존 표준치료에서는 보지 못했던 3년 이상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CCN guideline에서는 새롭게 진단 받은 BRCA 변이 환자의 치료제로 린파자를 권고 (유전성 BRCA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는 category 1으로 권고, 비유전성(환경적 요인) BRCA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는 category 2A로 권고)하고 있다. 린파자는 현재 FDA, EU 및 일본 등에서 새롭게 진단받은 BRCA 변이 난소암 환자를 위한 유지요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린파자는 또한 2017년 미국임상종양학회 (ASCO)에서 발표된 OlympiAD 연구를 통해 BRCA 변이가 있는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 연장을 입증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고, 국내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열린 ASCO에서 BRCA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1차 유지요법 연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향후 적응증을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린파자는 올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BRCA 변이를 보이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1차 유지요법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향후 적응증을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 BRCA 변이와 상관없이 처방 가능한 PARP 억제제, 다케다제약 ‘제줄라’

최근 3년간 2개의 표적 치료제만이 존재하던 국내 난소암 치료 시장에 올해 초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PARP 억제제 신약인 다케다제약의 제줄라(니라파립)가 2019년 3월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환자와 의료진에서 새로운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제줄라는 2017년 8월 다케다제약이 원개발사인 미국 테사로(Tesaro)로부터 임상개발과 판권 독점 계약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모든 암종의 개발·판권이며 한국과 대만, 러시아, 호주에서는 전립선암을 제외한 모든 암종의 개발과 판매를 책임진다. 지난 1월 GSK가 테사로를 약 5조7000억원(51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다른 글로벌 시장은 GSK가 맡게 됐다.

제줄라는 2차 이상의 백금민감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에서 BRCA 변이나 바이오마커와 상관없이 유지요법으로 사용 가능하다. 기전 등은 린파자와 비슷하지만, BRCA 변이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서 1일 1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향후 제줄라의 출시 일정에 따라 난소암 치료 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백금 기반 화학요법으로 치료 받은 난소암 환자 1차 치료 유지요법으로서 제줄라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3상 임상 PRIMA 연구 결과, 제줄라가 BRCA 등 환자의 바이오마커 상태와 상관없이 유의미한 무진행생존율 개선을 보이며 1차 종료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난소암 치료에 아바스틴, 린파자에 제줄라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난소암 치료제 시장도 보다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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