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조사 및 처벌 불이행 시 강제조항 없어…기관장 괴롭힘 대응방안도 부재
노동부, 기업 내 감사 및 노동청 진정 제기 등 가능…보건노조, "권고 수준이라 한계"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7월 16일을 기준으로 시행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 판단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법의 보완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법 자체가 사용자에게 조사 및 처벌에 관한 권한을 몰아넣은 것에 반해 의무 불이행 시 강제할 조항이 없으며, 괴롭힘의 당사자가 사용자일 경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금지를 담은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특히 연일 발생한 의료계 종사자의 자살 및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지목된 바 있어, 의료기관들은 이에 맞춰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신설하거나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당한 업무 지시’가 무엇인지, ‘어떤 경우가 직장 내 따돌림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악용하는 사례 ▲신체·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괴롭힘의 기준으로 정하고 법안 보완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노력에도 여전한 법의 허점이 존재한다는 게 의료계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사용자, 다시 말해 의료기관으로 칠 경우 의료기관의 장과 의료기관 그 자체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현행 법은 괴롭힘 사건의 조사 과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등을 모두 사용자에게 맡겨놓았으면서 사용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강제 조항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게 노조의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유일한 사용자 처벌 조항은 신고인(피해 근로자)에게 해고 등의 불리한 처우를 하였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또한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실시하는 주체도 사용자로 명시되어 있어서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이 사용자일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경북에 위치한 A의료원의 경우 1차 신고상담을 병원 내 간호사 수장인 간호부장이 하게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에게 지위에 의한 괴롭힘을 상담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는 게 의료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피해자가 사내의 정식 절차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은 “피해자가 사내 조사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할 경우 조사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업 내 감사가 조사를 직접 실시하고,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별도 체계를 갖추도록 매뉴얼에서 권고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감사는 회사 비용으로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혹은 외부기관에 의뢰해 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최 정책과장에 따르면, 괴롭힘의 당사자가 사용자(의료기관 장)이거나 사내에서 해결이 힘들다고 피해자가 판단할 시 관할 노동청에 진정 제기가 가능하다. 감독관은 직장 내 예방장치가 제대로 체결됐는지 조사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개선 지도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방책도 권고와 지도 수준에 해당하고 있어 강제성이 적다는 보건의료노조의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권고안과 지도 수준을 넘어서 사용자의 의무 불이행과 사용자에 의한 괴롭힘을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강제성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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