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노동강도·3교대 근무가 직무만족도 하락 및 이직률 상승 원인
곽월희 간협 부회장, 탄력근무제 도입·입원료 내 간호관리료 인상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높은 노동강도와 3교대 근무가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에서 실시 중인 시간제 간호사 등 탄력근무제 실시 및 수가체계 개편을 해결방안으로 제안했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설훈이 공동주최하는 ‘간호인력 이직에 따른 인력확충 대안마련을 위한 노사협력방안’ 국회토론회가 지난 16일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 높은 노동강도·3교대 근무가 직무만족도 하락 및 잦은 이직으로 나타나

의료노련에 따르면, 긴 노동시간과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직무만족도가 하락하고, 이는 간호사의 잦은 이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5병원 중 하나인 A의료원의 경우 병상가동률은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환자 중증도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A의료원 산하 병원이 간호인력 등급이 1등급 수준임에도, 현장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체감 중이라고 A의료원 노조위원장은 밝혔다. 또한 A의료원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호직종의 경우 노동강도 영역에 평균 1.79 만족도를 기록하며, 최하 순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A의료원의 1년차 미만 간호사 사직률은 25-27%에 이르렀다.

3교대 근무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노련 소속간호사 119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중한 업무 다음으로 교대근무의 어려움에 대해 전체 중 66%가 힘들다고 답변했다.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 업무의 특성상 3교대 근무에 오버타임까지 병행될 경우 정신적 약화를 유발하게 된다. 이미 국제암연구기구(IRC)는 2007년 교대근무를 2급 발암물질(2A)에 등재한 바 있다.

이민우 의료노련 정책전문위원은 “야간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과 결혼, 출산, 육아 등 일가양립 어려움이 간호 인력의 잦은 이직과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도 이직 요인 조사 연구에서 교대 근무 스케줄과 업무량의 증가가 주요원인으로 파악됐다.

◆ 해외, 시간제 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로 높은 근무연수 보장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파트타임 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보장하고 있었으며, 근무조건 선택권을 넓힘에 따라 높은 간호사 평균 근무 연수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실제 독일의 경우 간호인력의 전일제(주당 35시간) 근무인력이 약 60%, 시간제 근무인력이 40%에 달했다. 다양한 근무시간 형태의 탄력 근무제 운영이 가능해 간호사가 가정 또는 자기계발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됐으며, 다양한 근무형태일지라도 대부분 정규직이며 동등한 보수체계와 혜택을 보장하고 있었다. 독일 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는 25년 이상이며, 10년이상 근무하게 되면 보수가 의사 초봉보다 높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간호사 근무형태에 대한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계속 교육을 육성하는 문화조성 및 급여차등화, 학비지원 등의 간호사 지원 프로그램을 권고 운영 중이며, 병동 내 간호사 대 환자 비율, 간호사 배치수준을 규정하는 법이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일본 또한 경력직 간호사의 확보를 위해 시간선택제 근무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었다.

이민우 의료노련 정책전문위원은 “3교대 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의 인력이 많이 요구되는 시간대에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간호인력 스태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간호사 노동가치를 반영한 수가체계 개선·이직 방지 위한 탄력 근무제 도입 필요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간호사 법정인력 배치를 의료기관이 준수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 마련 △ 병동사무원(병동에 배치되어 전화응대 등 각종 사무담당) 배치를 통한 간호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 등을 간호인력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곽 부회장은 간호사 노동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수가체계 개선과 탄력근무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곽월희 부회장은 “간호사의 노동가치를 반영한 수가체계 개선 없이 간호인력 확충을 논할 수 없다”면서 “3차 상대가치 개편을 통한 입원료 내 간호관리료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간호사를 충분히 고용할 수 있는 제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숙련 간호사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처럼 탄력 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의료기관은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에 따른 결원인력에대한 조사 및 계획을 미리 수립해 인력 충원 없이 업무가 가중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정책부위원장은 육아문제로 떠나는 숙련간호사를 붙잡을 제도의 마련과 병원근로자를 존중하는 캠페인을 통한 간호사 감정노동 스트레스의 감소 등을 제언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기능과 규모별 특성에 맞는 대책을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홍승령 복지부 간호정책 TF팀장은 “의료기관의 기능이나 규모별로 각자의 특성에 맞는 대책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자원이 투입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3차상대가치개편에서 이런 것을 풀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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