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 전쟁 전 장수 잃으면 어쩌나…즉각 릴레이 단식 중단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고, 최대집 의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릴레이로 14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단식 도중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정성균 총무이사가 바통을 이어받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단식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의협의 릴레이 단식 투쟁이 즉각 중단돼야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물론 릴레이 단식으로 의료계의 투쟁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정작 전장에서 싸워야할 장수(의협 임원진)들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물론 후배 전공의들도 의협 집행부가 즉각 단식을 중단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호 의장은 “임원진 모두가 할 일이 많은데 단식을 해선 안 된다”며 “단식을 중단하고, 정부와 국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업무에 충실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의협 집행부가 단식을 오래 지속하면 안 된다”며 “단식 투쟁은 최대집 회장만으로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투쟁의 다음단계로 넘어가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의협 내부적으로도 집행부의 단식 투쟁의 장기화에 대해 일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 이세라 기획이사는 “상임이사회에서 집행부가 원한다면 동참할 것이라고 했지만 원론적으로 단식 투쟁을 반대했다”며 “단식 투쟁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단기적으로 끝내야한다고 봤다. 최 회장에게도 직접 단식을 중단할 것으로 제안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의협의 단식 투쟁 장기화는 투쟁 동력을 모으거나 ‘출구전략’으로 활용될 수 없으며, ‘약’이 아닌 ‘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과 개원의는 “엄마가 장난감 안 사준다고 때 쓰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사들의 총파업도 그렇지만 단식 투쟁은 죽을 각오로 정말 최후의 카드로 써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식투쟁은 정부나 의사회원들의 관심을 이끄는데 충분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임총이나 대정부 협상창구 개발 등 별도의 출구전략을 구사해야한다”며 “단식투쟁으로는 이룰 수 없는 부분 즉 의협의 내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 의료계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단식을 통한 투쟁은 단기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때의 전략인데 지금 의협의 릴레이 단식 투쟁은 오히려 정부가 의협을 쉽게 보이게 할 수 있다”라며 “쉽다는 것은 단식은 강력한 투쟁 수단인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이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협의 단식 투쟁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됨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