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희
부천시약사회장

- 윤선희 부천시약사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부천에서 진행하는 커뮤니티 케어시범 사업을 통해 부천시약사회는 국민건강을 위한 방문약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방문약료의 중요성은 실제로 기승전-약물로 귀결되는 노후의 삶에 제대로 된 약물 복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성과물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방문 약료의 주된 성과 중 하나는 바로 중복 약을 점검하는 것이다. 현재 DUR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국의 모든 병의원, 약국에서 처방 조제되고 있는 약들의 중복을 막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약들이 중복 점검되지 않고 있다. 가령 신경정신과 약들 중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 성분이 아니거나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경우도 점검되지 않고 복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중복 약은 동일성분의 약인데도 두 군데의 종합병원 진료를 받은 상황에서 실제로 회사만 다른 똑같은 약을 두 알씩 드시고 방문약료 약사가 가서 직접 보고 점검해 드린 후에야 중복 투약을 끝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방문약료의 큰 역할 중 하나가 환자 임의대로 효과가 없다, 부작용이 많다며 중단해 버린 상황을 직접 눈으로 점검해 드리는 일이다. 물론 투약도 멈췄고 그에 따른 진료도 중단되어 어르신들의 건강은 더욱더 악화가 된 사례를 직접 방문을 통해 너무나 많이 보았다. 빈혈이 심한 환자의 경우 1개월만 빈혈 약을 먹고 진료와 약 복용을 멈추신 어르신이 있었는데 약국마다 돌아다니며 머리가 아프니 두통약을 달라고 해서 모아 놓은 진통제가 10가지나 있었다. 이 어르신의 두통의 원인은 빈혈이었을 것인데 무작정 진통제로 두통을 해소하려고 했었다. 빈혈치료와 진료를 열심히 권했고 다시 검사 후 빈혈치료를 열심히 하신 결과 이분은 진통제도 끊고 하루에 1시간 정도 동네 한 바퀴 씩 돌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지셨다. ‘약사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면 가능했을까’라고 말씀하신다. 또 치매약이 어지럽다며 5일 먹고 중단했다가 방문약료 약사의 상담으로 다시 진료를 받고 부작용이 덜한 치매 약으로 바꾼 후 딸의 전화번호를 직접 누를 수 있게 되었다는 어르신부터 다양하게 상담사례가 많았다.

약사들은 지역에서 약국을 경영하면서 다양한 사례의 환자들과 상담활동을 경험해 본 훌륭한 건강리더들이다. 이러한 약사들이 이제 지역의 어르신들 집을 직접 방문해 생활환경도 점검해 보고 식습관도 그야말로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1대1로 밀착 상담을 하는 방문약료는 어르신들께 정말 훌륭한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약도 삼키기 힘들어 하시는 연하곤란 환자의 반찬 배달 팀에게 멸치볶음이나 우엉조림 등은 피해 달라고 메모를 남기고, 생활관리팀에는 바퀴벌레 방역이 필요하다고 메모를 남기는 등 건강과 관련된 다직종 케어 전문가들과 협업을 이룰 수 있다.

방문약료를 2년째 하고 있는 선배약사가 하루는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이 남자 어르신은 술도 과하게 드시는 거 같고 횡설수설하는데 약대 친구도 여학생이고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방문을 취소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어 왔다. 하지만 부딪혀보기로 하고 방문을 했는데 역시나 술도 많이 드시고 집안 상태도 엉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차때 3차때를 거듭하면서 집도 깨끗이 치우고 술도 끊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건강에 대해 많이 생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환자도 변했지만 약사 역시 많은 감동을 받고 약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약사 사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 앞서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발맞춰 나가려면 더욱더 국민 속으로!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 사회에 약사가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늘 고민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할 거 같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방문약료가 아닐까 싶다. 방문약료를 통한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회야말로 약사가 사라질 직업의 하나로 등장한 이때에 꼭 실천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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