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교수, 사회 경제적 사유 정립 등 무분별한 낙태 최소화 방안 제시
의사 정체성 보존 및 임신,출산이 장려되는 사회분위기 조성 함께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낙태법 개정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어떻게 조화롭게 실현할지 고려하되, 반드시 불필요한 낙태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총무)는 본지(의학신문·일간보사)와의 자리에서 향후 낙태법 개정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조항(자기낙태죄, 의사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낙태죄 처벌조항이 ‘사회 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므로, 태아의 생명보호 및 산모의 자기결정권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개정 입법을 2020년 12월까지 마련할 것을 명시했다.

개정 입법 마련에 대해 홍순철 교수는 우선 모호한 사회 경제적 사유의 구체적 기준 및 허용 범위를 설정할 것을 강조했다.

홍순철 교수는 “사회 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많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사회 경제적 사유는 모호함을 내포하고 있어, 자칫 무분별한 낙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낙태가 필요한 여성에게 상대성을 고려해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개정 입법에 필요하다”면서 “또한 사회경제적 사유로 여성이 낙태를 필요로 할 때 상담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정부는 별도의 상담기관에서 상담하고 숙려하는 기간을 제공해 낙태를 최소화 해야 한다. 단, 이때 상담기관은 낙태를 시행하지 않는 제3의 기관이 되어야한다”고 첨언했다.

또한 여러 전문가들에게서 12-14주가 낙태 허용 주수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홍 교수는 임신 10주까지를 낙태 허용기간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기관형성기와 태아기의 경계에 있는 때가 10주다. 10주부터 태아의 장기와 팔, 다리가 모두 형성되어 사람의 모습을 한다”면서 “(태아가)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22주부터는 살인행위이며, 22주가 아니더라도 10주 이후부터는 온전한 몸을 가진 ‘태아’를 낙태하는 것이므로 낙태 허용 기간은 10주 이전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태아 기형을 낙태 사유에서 배제할 것을 홍순철 교수는 제안했다. 의학의 발달로 선천성 기형을 가진 태아들도 현재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태아의 생존 가능 여부와 상관 없는 무분별한 낙태의 난립을 방지할 수 있다는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태아 기형을 낙태 허용 사유로 포함시키게 되면, 임산부와 의사는 더욱 태아 기형을 선별하고자 하는 노력을 강화하게 되며, 이는 임산부와 태아 건강과는 별개로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낙태 허용과 관련해 낙태 시술기관을 지정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법을 홍 교수는 제시했다. 이는 낙태 수술을 원치 않는 의사에게 낙태를 강요하게 하는 등, 생명을 살리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의사의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그는 임신 및 출산이 장려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의사에게 임산전 진찰비와 임신 유지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홍순철 교수는 앞서 제시된 개정 입법 조건들이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낙태를 방지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낙태죄의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도 낙태허용으로 불필요한 낙태의 증가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보장하되, 절대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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