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회·모체태아의학회 성명서 “의료 행위 경중과 우선순위 몰이해가 낳은 판결”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최근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가 2심에서 내린 사산아 유도분만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이유로 의사는 금고 8개월로 법정 구속하고 분만 담당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학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의학적 근거 부재로 인한 2심 판결의 과도한 양형을 규탄한다”며 “이번 판결은 활력징후 측정을 한번 누락한 것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논리에 비롯됐는데, 이는 의학에 대한 심각한 무지”라고 비난했다.

학회는 당시 산모는 출혈이 자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자궁 내 잠재 공간에 누적되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고 태박조기박리에서 흔히 발견되는 압통이나 동통이 없었으므로, 태아가 자궁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이 많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의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상 상황을 고려하고 간호사가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태반조기박리를 조기 진단 못한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의료진을 무죄라고 판결했던 1심 판결을 상급심에서는 오히려 상황은 송두리째 무시하고 활력징후 측정누락과 산모의 사망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뒤집었다”고 설명했다.

인과 관계가 있다 함은 활력징후측정 누락이 산모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이는 2심 재판부의 의학적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백 번 양보해 재판부의 논리대로 활력징후 측정으로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할 수 있었다고 해도, 간호사의 활력징후 측정 누락을 이유로 지시 감독 위치의 의사를 금고형 선고 이후 법정 구속한 것은 의료 행위의 경중과 우선순위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과도한 양형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활력징후 누락이 없이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했다 하여도 태반조기박리의 주산기 사망률은 3~12%에 이르기 때문에 활력징후 측정 누락이 금고형에 이르는 중대 과실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학회는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사법 절차 진행과정에서 의학적 지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임상적 상황에 대한 현실적 재구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판결이 도출돼 산부인과 의사의 무고한 옥살이가 하루 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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