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사건에 형사적인 책임 물어서는 안돼...대법원의 현명한 판단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박재영 기자] 경상북도의사회는 최근 산부인과 의사 법정 구속 사태에 대해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사산아의 유도 분만 중 발생한 산모의 사망 사건으로 산부인과 의사가 법정 구속된 사건에 대해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6월 29일 안동의 개인 산부인과의원에서 사산아의 유도 분만을 시행하던 도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 출혈로 사망한 사건의 형사 2심 판결에서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유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하고 전격 법정 구속“했다.

이에 대해 경북의사회는 "의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불가항력적 영역이 있어 출산과 관련한 모성 사망률은 0%가 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모와 관련한 사망 사건은 원인을 불문하고 쉽게 용인하지 않고 의사의 과실을 과대 포장 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해당 의사는 분만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방 소도시에서 1인 분만 산부인과를 10년 이상 운영하며, 매일 24시간 산모를 돌봐온 성실하고 모범적인 회원인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에 파렴치한 의사, 범죄자가 되어 구속됐다"며 성토했다.

이번 사건은 부검 결과에서 보듯이 태반조기박리 중에서도 일명 '은폐형'으로 조기에 진단이 매우 어려운 경우이다. 그래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1심 판결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고 간호사가 활력 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과실 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의사를 전격 법정 구속하는 착오적 판결을 내림으로써 전 의료계를 허탈과 상실감에 빠트리고 말았다.“고 했다.

경북의사회는 "의사는 신이 아닐진데, 어떻게 진단이 매우 어려운 사례의 조기 발견 및 대처 미숙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어 법정 구속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어떤 산부인과 의사가 자신이 구속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분만 시술을 계속할 수 있느냐"고 2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1인 분만실을 운영하며 고군분투 하는 의사에게 고의나 실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일에 대처가 미흡했다고 형사적 책임을 물어 인신을 구속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의료기관을 폐업했고, 전국의 60여 시·군·구에서 분만 의료기관이 없어 산모들이 분만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것이 현재 상황인데, 이번 판결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북의사회는 "소방관이나 경찰이 구조에 실패하거나 범죄자를 놓친다고 해서 구속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산부인과 의사도 소방관이나 경찰과 다름이 없다. 고의가 아닌 이상 산모를 돌보고 분만하는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생긴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경우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민사 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민사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형사적 판결의 고려 요소가 되는 것은 절대 있어서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북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분만하는 모든 산부인과 의사가 예외 없이 상시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인데, 만약 대법원에서 동일하게 형이 확정된다면 대한민국의 분만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분만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포기하는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도록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예의 주시할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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