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연세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법윤리학과·의료법윤리학연구원

- 이동현 연세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 의료법윤리학과·의료법윤리학연구원

[의학신문·일간보사]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이식대기자 중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은 2018년 기준 1,910명으로 하루 평균 약 5.2명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장기 및 조직에 대한 기증희망등록자는 매년 감소추세에 있어 2010년 약 20만 건이었던 것에 비해 2018년에는 약 11만 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함께 2011년부터 시작된 뇌사 장기기증 성장세는 2017년 말에 줄어들더니 지금까지도 그 추세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어떻게 하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장기기증을 활성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나 홍보수단이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소하고 있는 장기기증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기증을 활성화 하기 위해 유럽의 장기기증과 관련한 선진국들이 제도로서 정착하여 시행하고 있는 ‘Opt-out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Opt-out 제도’란 무엇이고 과연 이것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쟁점이 나타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기이식 제도와 관련하여 장기기증에 대한 의사표시에 대한 제도적 관점을 Opt-out과 Opt-in으로 나눌 수 있다. ‘Opt-out 제도‘는 장기기증에 대한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장기기증에 대한 여부를 밝히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포괄하여 장기기증에 대한 잠재적 동의자로 추정해 사망 후에 장기 적출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와 반대로 ‘Optin 제도‘는 별도로 장기기증에 대한 동의의사를 밝힌 사람을 장기기증에 대한 기증 동의자로 보고 그 외의 사람은 사망 후에 장기 기증을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현재 프랑스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Opt-out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Opt-in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도 법률을 개정하여 오는 2020년부터 ‘Opt-out 제도‘를 시행할 예정에 있다. 따라서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동의와 거부의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예외사항이 존재하는가 있다.

현재 명시적인 거부 의사표시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여 확인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스페인은 별도의 거부등록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가족의 거부로 인해 장기기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2020년 관련 제도를 시행할 예정인 영국 등은 별도의 거부등록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 외에도 본인의 서명이 기재된 서류를 통해 거부 의사표시가 확실한 경우 장기기증 동의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국은 2020년부터 시행할 법률에 별도로 ‘Opt-out 제도‘의 적용 예외대상(18세 미만의 미성년자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프랑스와 스페인, 오스트리아와 영국 모두 ‘Presumed Consent(추정적 동의)’라는 동의의 방식을 통해 ‘Opt-out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거부 의사표시를 위한 등록체계, 사망의 확인, 예외대상 등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조금씩 각 국가의 상황에 맞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유럽의 예와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현재 시행 중인「장기이식법」제12조(장기등의 기증에 관한 동의)에 따라 장기기증에 대한 명확한 동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장기기증을 강제하거나 의무화 할 수 없다. 또한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에 대한 예의와 전통적 가치관으로 인해 현재 ‘Opt-out 제도’의 논의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만일 ‘Optout 제도’를 정책적 차원에서 논의한다면 현재의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장기기증에 대한 ‘자발적 동의 의사표시’가 국가에 의하여 의무적 사항으로 변화할 수 있는가를 가장 우선하여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된 이후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으로 통해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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