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율 높은 호주보다도 심각…13.5%포인트 차
고령사회 진입 시점서 공적 지출 선진국 대비 1/3 수준

[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노인에 대한 정부의 공적 지출이 현저하게 부족한 탓에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인빈곤과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고령사회 도달 시점 전후에 정부의 노인 대상 공적 지출이 크게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할 때 47.2%(2013년 기준)를 기록했으며, 이는 한국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호주에 비해 13.5%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더욱이 호주의 경우 중위소득 40%를 기준으로 하면 노인 빈곤율이 8.0%로 크게 낮아지지만 한국은 38.7%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극심한 빈곤을 겪는 노인이 다수라는 것이다.

여 연구위원은 분석한 통계 중 특이점으로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생애주기별 빈곤율이 평탄화돼 있는 반면, 한국은 은퇴 이후인 51세 이후 시기부터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2015년 근로연령과 퇴직연령 간 상대배율이 1.3%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같은 해 한국은 5.4%로 큰 격차를 드러냈다.

이처럼 높은 노인 빈곤율에 대한 원인으로 여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공적 이전(정부 지출)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2013년 기준 2.23%로 고령화 수준을 감안해도 OECD 평균 7.7%에 비해 매우 낮았다. 2017년에도 한국은 2.8%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 2013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12.2%로 아직 14%(고령사회 기준)에 못 미치기는 점을 감안해도 노인에 대한 지출이 2.23%로 크게 부족했다. 14%에 도달한 국가들의 평균 지출 수준의 1/3 정도만 노인소득 보장에 사용한 것이다.

여 연구위원은 “1980년에서 2013년 사이에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에 도달한 나라들은 평균적으로 6.51%를 노인에 대한 지출로 사용했다”며 “1980년 이전에 14%에 도달한 나라들의 경우 1980년 기준으로 평균 7.05%를 노인에 대한 지출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적 지출 부족의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4년 기준으로 공적연금·기초연금·기초보장 중 직역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가구가 전체 노인가구의 41.3%에 그쳤고, 기초연금은 70.7%, 기초보장은 9.5%의 노인가구에서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제도를 모두 합한 공적이전소득만으로 빈곤을 탈피할 수 있는 노인의 비율도 최저 생계비 기준으로 16.9%, 중위소득 40% 기준으로 14.9%,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11.1% 수준을 나타냈다. 따로 재산 또는 수입원이 있거나 노동을 하지 않으면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인구가 20%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높은 노인 빈곤율로 상황이 심각한데도 낮은 공적 보장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여 연구위원은 사회·구조적 요소를 들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경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부과 방식으로 출발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적립 방식으로 시작했으며 ▲하향식 공적연금 확대 방식으로 인해 정작 노후 빈곤에 노출될 위험이 큰 집단이 가장 늦게까지 대상 범주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 문제가 있으며 ▲노후소득보장 관련 정책결정구조가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점도 있었다.

여 연구위원은 보고서 결론에서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대와 보편주의에 기반해 노인 빈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복지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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