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관 임상연구 결과 개복 수술보다 비교 우위…연구진, '선입견 버려야 할 때'

이혁준 교수(사진 좌측)과 김민찬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위암 수술에서 주로 조기에서만 장점이 있다고 알려진 복강경 수술이 진행 위암에서도 모든 면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국내 13개 의료기관 연구팀은 1050명의 진행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복강경과 개복 위부분절제 수술 후 합병증 발생율과 사망률, 재원 일수, 수술 후 통증 지수, 염증 수치 등을 조사, 그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수술 후 복강경 군은 개복 군과 비교했을 때 △합병증 발생율(16.6% vs 24.1%) △수술 사망률(0.4% vs 0.6%) △재원 기간(8.1일 vs 9.3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밖에 통증 지수, 염증 반응 등 대부분 지표에서 복강경 수술이 좀 더 나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위암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은 20년 전에 도입되어 위암 수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은 정해진 방향과 각도로만 수술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출혈 등 응급 상황 대처가 어렵고 촉감이 없다는 이론적인 단점 때문에 주로 조기 위암 중심으로 시행했다.

이번 연구는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합병증이 높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최종 분석 결과 복강경은 개복 수술에 비해 오히려 수술 합병증이 적어 안전하고 효과적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혁준 교수(제1저자,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는 “진행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기존의 개복 수술보다 위험하거나 열등하다는 선입견은 버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강경 수술이 합병증이 낮았던 이유로 복강경 카메라를 통한 선명한 화면 제공과 섬세하고 안정적인 수술 동작에 따른 출혈량 감소 등을 제시했다.

김민찬 교수(교신저자, 동아대병원 위장관외과)는 “이번 연구는 잘 훈련되고 충분한 임상 경험이 있는 위장관외과 의사가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에만 해당되는 결론이다”며 “복강경 수술 경험이 적은 외과의사는 가급적 조기 위암부터 시작해야 할 것”라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 초대 회장 양한광 교수(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도 “향후 장기 성적, 즉 생존율에서 두 수술군 간에 차이가 없다는 점만 확인되면 복강경 수술은 기존의 개복 수술보다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KLASS-02’로 명명된 이번 임상시험은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에서 진행했으며 외과학 최고 권위지인 ‘외과학연보(Annals of Surge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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