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최근 연구개발 제약 CEO를 비롯, 연구소 관계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아니라도 좋으니 빨리 업계에서 글로벌 혁신 신약 의 성공사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데, 설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신뢰가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여 중간에 예기치 못한 실패에 부딪쳐 개발을 멈추더라도 그 충격파가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 몫 한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낮은 성공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사회적 기대로 인한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김영주 데스크칼럼

한미약품 기술수출 신약의 개발중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이 가히 신경질적 수준이다. 소식이 전해진 4일 한미약품 주식은 폭락했다. 전날(3일) 42만4500원에 이르던 주가가 하루만에 11만3000원이 하락(-27.26%), 30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한미약품’이란 네 글자는 하루 종일 주요 포털의 실검 상위에 자리했고, 언론은 실망감을 표했으며, 투자자 등 네티즌들은 조롱 섞인 불신을 쏟아냈다.

주요 연구개발 제약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내 R&D투자 상위 10곳 제약기업 가운데 동아에스티를 제외한 9곳의 주가가 하락했다. 한미약품의 이번 문제의 파장으로 분석됐으며, 국내 신약개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여겨졌다.

우리 사회의 이 같은 반응은 어쩌면 우리사회의 글로벌 혁신신약에 대한 목마름의 반증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조이상 판매되는 글로벌 혁신신약’이 단 하나라도 성공했다면 이 정도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업계에서도 내가 아닌 누구라도 성공사례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절실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자주 개발중단 소식이 전해지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성공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2상, 3상 임상까지 간 신약이라도 10개중 1~2개만 성공해도 잘 된 것’이라는 것이 글로벌 연구개발시장에서의 통설이며 이제 실패경험이 많은 만큼 성공가능성이 높고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충격적이나 정작 당사자인 한미약품은 의연했다. 한미약품은 참고자료를 통해 “미지의 영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글로벌 신약 창출의 길은 어렵지만, 한미약품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쉬움으로 보자면 개발업체 만큼 큰 곳이 없겠지만 신약개발을 향한 전진을 계속하고자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 여전히 다수의 다국적제약과 기술수출 파트너 관계 속에 30여개에 이르는 신약을 개발 중인 ‘신약부자’ 이자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 한미약품이라는 사실엔 추호의 변화도 없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도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역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온, 냉탕을 충분히 경험하고 단련된 만큼 이제 관련 소식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길게 보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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