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 "불법 진료행위 근절 논의 어려워졌다" 아쉬움 토로
복지부, "우려는 시기상조…논의 진행 통해 해결점 찾을 것"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지난해 강원대병원의 불법의료행위 사건으로 의료인 업무범위 논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보건복지부 주도로 ‘의료인 업무범위 논의 협의체’가 구성, 이달초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지만 논의 대상에 쟁점 사안이 제외되면서 표류하는 양상이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제1차 의료인 업무범위 논의 협의체가 서울역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협의체에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병원간호사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협의체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불법 진료보조인력 문제를 인식하고, 직역 간 보다 명확한 업무범위 설정을 통해서 업무범위 ‘회색지대’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PA와 전문간호사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기로 복지부와 협의체가 합의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PA 논의 제외는 PA라는 영역자체가 국내 의료체계에 없는 직역이고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복지부가 PA 제도화 혹은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포함 등 PA의 양성화 방안을 반대해 온 의사단체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논의 대상을 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장관이 PA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법률 규정을 만들 필요를 느낀다”며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해 PA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의사단체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실제 의협과 전공의협은 복지부의 협의체 구성 계획에도 5월 초까지 협의체 참가를 반대했다. PA의 제도화든 PA 불법진료보조 업무의 일부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포함 방안이든 PA합법화·양성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과 전공의협 모두 현재는 업무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 진료보조행위를 근절을 목적으로 협의체에 합류한 상태다.

◆ 직역간 업무범위 나누면 끝?…불법진료행위 근절·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논란 계속될 듯

복지부의 이 같은 ‘PA·전문간호사 논의 제외’에 우려를 보내는 의료계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각에서 협의체 내 PA 논의 제외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PA 논의 등의 제외로 인해 불법의료행위 근절마저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사실 업무범위 협의체에 PA 불법 진료보조행위나 그 행위가 전문간호사 업무에 포함되는 것들이 논의될 시 전공의협은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었다”면서 “(복지부가) 전공의협 등을 제외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근절의사를 더 확고하게 주장하기 위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 (이미 제도화가 확정된) 전문간호사 논의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보나 각 전문간호사 분과에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따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반면 PA 제외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불법진료행위) 근절을 위해서라고 확고한 의지를 복지부가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즉, 복지부가 PA로 인한 마찰을 피하는 듯한 행동을 취함으로, 적극적으로 PA 불법진료보조행위를 근절하는 논의까지 차단당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간호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협의체에 참가중인 병원간호사회는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박영우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PA는 공식 직역이 아니기에 명칭을 제외한 것일뿐이며, 전문간호사 업무영역 논의도 세부영역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의사와 간호사 등 직역간 모호한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가 명확이 이뤄지면 불법 진료보조행위에 대한 문제도 근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협의체에 들어가지 못한 전문간호사협회는 전문간호사협회가 누락된 의사 단체 중심의 협의체 구성을 비판하면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논의 및 제도 활용을 통해 PA 불법의료행위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간호사협회는 “협의체는 모든 의사, 간호사 구성원들에게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고 있는지, 현실에 기반을 둬 공정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인지,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국민의 관점에서 묻고 싶다”면서 “의료공백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제정을 위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자 (직역단체의)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면서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 간의 견해 차를 조정하고 좁히는 과정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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