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방해 금지는 환자의 안전 보호가 목적이라는 법률 취지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응급의료를 방해한 자에 대해 형사차벌을 내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청구인 A씨는 과거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진료를 받던 중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이후 A씨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등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2월 22일에 해당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위헌 여부가 논의된 조항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중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부분과 형사처벌을 포함한 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 제1호 중 ‘응급의료를 방해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다. A씨는 각각의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며, 또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A씨의 주장에 대해 헌재는 헌법소원심판 결과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해당 법 조항 부분의 합헌결정을 내렸다.

먼저 '죄형법정정주의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에 관해 헌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제재가 필요한 방해 행위의 유형을 법률에 일일이 구체적이고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므로, 입법자는 ‘그 밖의 방법’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사용해 응급의료법을 통하여 제재해야 할 방해 행위의 대상을 넓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 해석의 판단지침이 될 만한 구체적인 예시로 폭행, 협박, 위계, 위력 등을 나열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또한 헌재는 “응급의료법의 입법 취지, 규정형식 및 문언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금지조항의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규율되는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이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확정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료를 방해한 사람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이 응급환자 본인의 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제한하거나 그러한 제한을 규범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의 신체와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해당 법률의 취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범위 내에 있다면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규율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는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응급환자 본인을 포함한 누구라도 폭행, 협박, 위력,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며, 형벌 외의 다른 제재수단으로는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같은 수준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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