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동결시 예상 수입 최소 2조원 ‘증발’…기재부에 제출된 국고 지원액 수정 유력
건보료 3% 이하 책정 후 보장성 속도 조절·적립금 추가 지출 가능성도

건정심 가입자단체 대표위원 일동(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한국YWCA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8개 단체)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정부의 건보료 인상움직임을 비판했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지난 6월 28일 2020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이 무산되면서 국민건강보험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복지부는 다음 건정심에서 건보료 확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목표로 했던 3.49% 인상이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다른 방안으로 활로를 모색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입자 단체, ‘제대로 국고 지원해라’ 보이콧…공급자·국회도 내심 ‘국고 지원’ 원해

올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은 보험료 수입대비 13.6%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약 7조8600억원으로 일반회계에서 10.3%, 건강증진기금에서 3.3%가 충당된다. 법정 국고지원 최대한도인 20%(일반회계 15% + 건강증진기금 5%)에 한참 모자라지만,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에서는 더 이상의 세원 투입을 꺼려하고 있다. 이미 약 20조원 가량의 누적적립금이 있는 마당에 단기보험인 건보재정에 무리하게 세원을 투입할 수 없다는 속내다. 이미 복지부에서 기재부로 제출된 내년도 국고 지원액(안)도 전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건보 가입자 단체에서는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정심 가입자 대표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한목소리로 미지급된 건보 국고지원을 집행할 것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 단체가 대응 방안으로 고려 중인 건보료 동결 제시는, 최소 2조원 이상의 건보 예상 수입을 지워버릴 수 있다.

공급자 단체 또한 내심 국고 지원 확대를 바라고 있다. 가입자와 공급자의 대치 속에서 제3의 재정이 확대 투입된다면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총선을 앞둔 국회 또한 전면에 나서진 않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보다는 국고 지원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올해 결정된 보험료 인상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바로 적용되며, 이에 대한 여파는 내년 4월 15일 예정돼있는 총선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 입장에선 광범위 조세 성격이 강한 건보료보다는 예산을 일부 조정해 국고 지원을 확대하는 모양새가 훨씬 유리하다. 물론 이 또한 연말에 진행될 내년도 예산심사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건보료 인상보다는 그 파급력이 작다.

진퇴양난 복지부, ‘일단 기재부와 힘겨루기’…보험료 3% 인상은 힘들 듯

건정심의 가입자·공급자 단체 모두가 화살을 기재부로 돌리고 있지만, 정작 진퇴양난에 처한 당사자는 다름아닌 복지부다. 예산 투입에 소극적인 기재부를 움직여야 하는 복지부로서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부처 예산 규모와 맞물려, 또 하나의 큰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복지부로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기재부와 국고 지원 확대를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추가 예산을 확보하든, 확보하지 못하든 간에 현재 제시된 3.49%의 건보료 인상안은 물건너 가게 됐다. 국고 지원 미지급금을 포함, 이번에 국고 지원이 확대 적용된다면 3.49%라는 높은 보험료 인상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번 20대 국회는 국민건강보험 정부지원금 집행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지난 2017년에는 국회 개원 이래 처음으로 2018년도 건강보험 정부부담금을 2200억원 삭감해 본회의를 통과시킨 바 있다. 사진은 국회의사당의 모습.

만약 기재부가 국고 지원 확대를 거절하게 되면, 가입자 단체는 보험료 동결을 카드로 꺼낼 수 있고, 이에 대한 부담은 결국 건보 적립금이 고스란이 떠안게 된다. 물론 이 경우, 복지부는 현재 수립해 둔 중장기 건보 재정 추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복지부가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3% 이하의 건보료 인상안을 제시, 부족분을 적립금으로 대체하거나 보장성 강화 일정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또한 중장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복지부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방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강화를 위한 국고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현재 내년도 국고지원 예산에 대해 보장성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 필요성, 재정 지속가능성 등을 감안해 올해보다 지원 수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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