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본인부담금 환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 파기·환송 조치
혈맥약침술, 침술에 의한 효과 미비…약물 효과만 극대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산삼약침'으로 불리는 혈맥약침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지원을 받으려면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한 안전성, 유효성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혈맥약침술은 침구학보다는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는 이유에서다.

환자 A씨는 B씨가 부산에서 운영하는 C요양병원에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 신생물’ 질병으로 입원해 항암혈맥약침 등의 치료를 받고 C요양병원에 항암혈맥약침 치료에 관한 본인부담금 920만원을 지급했다.

A씨의 보험회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B씨에게 A씨가 지급한 본인부담금이 관계 법령에 따른 비급여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그 결과 심평원은 A씨에 대해 시술한 항암혈맥약침술 비용이 과다본인부담금임을 확인하고 B씨를 상대로 A씨에게 금액 전부를 환급하도록 처분했다.

심평원은 처분사유에 대해 “혈맥약침술에서 이용되는 혈맥이 한의학적으로 경혈과 같이 치료의 대상이기는 하나, 전통적인 치료방법을 고려할 때 혈맥약침술의 치료 원리와 방법은 혈관(혈맥)에 약물을 주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약침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신의료기술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의 이 같은 처분에 대해 B씨는 “혈맥약침술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심평원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진행된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심평원의 승소판결을 내렸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진행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2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해당 사건을 환송했다. 혈맥약침술이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즉, 혈맥약침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약침술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을 근거로 해 침과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방 의료행위로, 치료 경혈 및 체표 반응점에 약 0.1 ~ 수ml 전후로 시술한다. 관련 교과서에서 약침술은 혈관 등을 피해서 주입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을 주입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되며 ‘산삼약침’이라고도 소개되고 있다. 한의학에서 혈맥(血脈)은 해부학에서의 동맥이나 정맥 그리고 모세혈관을 총칭하는 용어로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으나, 산삼약침에서의 혈맥은 정맥에 국한된다. 혈맥약침술은 고무줄로 상박을 압박하여 혈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을 주입하고, 20ml ~ 60ml를 시술한다.

따라서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접목하여 적은 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의료기술이므로, 침구요법을 전제로 약물요법을 가미한 것이다. 반면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근거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원심은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수진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지급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선행되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심평원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