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6.7% '사고 및 질병 경험 있다' 응답-안전한 진료환경 절실
수면장애, 근·골격계 질환, 환자 폭언 등 위험 다수 노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故 윤한덕 NMC 응급의료센터장과 故 임세헌 강북삼성병원 교수의 사망에 따라 보건의료계 종사자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의 과반수가 사고와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만큼 의료현장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2019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7%가 2018년 업무상 사고·질병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업무상 경험한 사고나 질병에 대한 응답 중 수면장애(54.7%)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근·골격계 질환(53.3%), 절단·베임·찔림·끼임(45.4%), 넘어짐·부딪힘(42.6%), 정신적 질환(12.5%) 순으로 높았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응답 비율도 10.2%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업무 시 위험을 묻는 문항에서는 수면부족, 환자 등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 유해물질 노출, 주변 업무 환경 모두 과반을 넘는 응답자가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수면부족은 62%,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은 55.8%, 유해물질 노출은 54.7%, 주변 업무 환경은 50.6%가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압도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업무 시 위험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 전체의 74.7%가 수면 부족을 위험요인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도 64.7%의 응답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위험하다고 응답한 응답자도 63.2%나 됐다. 또한 59.6%의 응답자가 주변의 업무환경이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의료기관 여성근로자의 61.5%가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이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33.5%가 위험하다고 평가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의료기관에서 이용자의 폭력이 여성 병원근로자의 근로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보건의료계 종사자의 다수가 수면부족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56.1%가 최근 1년간 평균적으로 6시간미만으로 수면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중 5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의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의 경우 5~6시간 미만이 37.9%로 가장 높았고, 간호조무사의 경우 5~6시간 미만(35.0%), 방사선사의 경우 6~7시간 미만(36.7%), 임상병리사의 경우 5~6시간 미만(38.3%)이 각각 높게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18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다. 이와 비교해 보건의료계 종사자는 절반 이상이 6시간 미만으로 수면하고 있으며, 미국국립수면연구재단(NSF)의 만 26세 이상 성인 권장 수면시간인 7~8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15%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보건의료계 종사자자의 평균적인 수면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들기가 어렵다는 문항에 대해 77.6%가 1주일에 1회 이상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고, 그 중 2~3회 어렵다는 응답이 35.1%로 가장 많았다. 자는 동안 반복적으로 깨어난다고 답한 응답자도 매우 많다. 1주일에 깨는 날이 1회 이상된다는 응답이 전체의 85.2%를 차지하며, 2~3회 이상 깬다고 답한 응답자가 37.6%로 가장 많았다.

수면부족은 만성적인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며 반복되면 불면증이나 기면증 같은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부족이 만성질병으로 이어지면 우울증 위험이 10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보건의료계 종사자의 수면부족 및 장애는 집중력 감소를 시작으로 정신, 신체의 질환을 일으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현장의 열악한 인력조건과 시설의 개선은 더뎌 의료인들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안전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는 ▲안전시설과 장비개선 ▲보안인력 확충 ▲경찰 및 청원경찰 배치 확대가 필요하며,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을 위해 인력 배치기준 강화, 적정인력 확충 등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건의료계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의료현장의 근로환경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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