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의사가 써 내려가는 시문학에는 특유의 장점이 있다. 참신하면서도 정합적인 에스프리가 기저에 흐른다는 특장점이다. 한국의사시인회가 최근 펴낸 제7집 ‘달이란 말이 찻잔 위에 올라왔다’ 곳곳에는 단단한 내적 논리를 지니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사시인회의 이번 제7집은 자연을 소재로 삶에 대한 통찰을 다룬 작품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의사 시인다운 자연 관찰력과 과학적 이해력이 미학적 감성과 만나 만들어진 시들은 주류 문단의 작품 못지않은 수준을 띤다.

음산한 정조를 띠고 있는 작품 ‘염장’(김세영 시인 作)은 생리·물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빛과 소금’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구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빛과 소금’이 실제 근원적 존재라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김경수 시인은 개념에 대한 실재성을 탐구한 ‘약속은 없다’에서 약속을 덧없고도 아름다운 구름에 비유해 사유를 이끌어간다. 결국 소산돼 버리는 구름의 속성에 빗대 약속의 구속성을 원숙하면서도 반란적인 시각으로 비튼다.

목가적인 분위기의 전원시로는 자연물에 관념성을 더한 주영만 시인의 ‘모색’ 3부작이 은은한 여운을 남기고, 향토적 시어를 통해 대상을 묘사한 박언휘 시인의 ‘행복한 여백’과 정의홍 시인의 ‘초당집’은 자연의 생동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박쥐가 악어 입속으로 들어간다’는 목가적이진 않지만 생경한 시선으로 자연의 무심함을 또렷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의사 생활의 애환과 환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작품들도 이번 7집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확진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표현한 김완 시인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느낌의 응급실을 시각적·촉각적으로 형상화한 ‘응급실2’, 임상적 거리두기에서 잠시 벗어나 자해 환자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 김승기 시인의 ‘헤라클레스를 기다리며’가 눈에 띈다.<현대시학사 간, 185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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