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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수급 안정화 대책 필요하다정부 행정편의주의·가격우선정책이 수급 불안정 '자초'…연례적 품절·품귀 현상 속출
[기획 - 백신정책 문제와 해결방안…①백신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해 제일병원을 방문,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독려하는 모습.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연례행사처럼 백신 수급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백신 자주국가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이런 가운데 백신업체에 대한 정부의 압박 강화로 인해 백신 수급난 심화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백신정책의 문제와 해결 방안' 이라는 제목아래  정부의 잘못된 백신 수급 정책 집행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집중 조명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백신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등으로 나누어 짚어본다.

책임지지 않는 국가, 가격 후려치는 국가

 1985년 BCG 접종부터 시작됐던 국가예방접종(NIP)은 전세계에서도 손꼽힐만한 정책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국가에서 접종자에게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예방접종관리를 시행하는 NIP 제도는 소아중증결핵부터 홍역 등 주요 감염병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NIP 제도는 국민의 입장에선 좋은 제도지만, 필연적으로 ‘백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BCG에 이어 수두, 홍역 등 여러 가지 백신들이 NIP 제도에 들어오기 시작한 2005년부터 백신 수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도 성장이 정착된 1990년대에는 부모들이 프리미엄 백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백신을 다루는 다국적사 또한 국내에서 가교임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백신을 투여해 접종률과 수요도 모두 높았다. 그렇지만 국가 보건 정책 확립의 이유로 국가가 예방접종의 책임을 지기 시작하면서 백신 수급 이슈는 ‘시장 논리’가 아닌 ‘정부 정책의 논리’로 전환된다.

 NIP 백신은 독감을 제외하고는 가격만 책정할 뿐 국가가 구입하진 않는다. 독감 백신조차도 보건소에서 접종하는 물량만 구매한다. 한 해 접종할 수량을 단순 산출, 책정 가격과 함께 업체들에게 ‘통보’한다. 동일한 감염병에 두 업체 이상이 경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특히 현 시스템은 산출된 물량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점은 백신업체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생물학적제재인 백신은 공장에서 생산할 때 1년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공장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른바 계획생산체계인데, 한 해 전세계에 공급되는 백신의 생산량이 고정돼있을 수밖에 없다. 고정된 생산량을 토대로 전세계 국가에 공급될 때 수요가 크면 당연히 모자라게 되고, 남으면 버리거나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상호간 약속된 수량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남는 분량은 고스란히 업체의 손해로 이어진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수천 혹은 수억원에 이르는 백신을 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면서 “이로 인해 담당자들이 책임지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설명한다.

 책정 가격도 문제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단가에 한참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이는 다른 국가들보다 백신 수급 우선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백신가격을 살펴보면 필리핀의 경우 79달러, 대만의 경우 45달러에 책정돼있는데, 한국의 경우 불과 18달러밖에 되질 않는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이 질병관리본부에 비용 절감을 강하게 요구하는데서 기인한다.

홍역‧볼거리‧풍진‧BCG‧수두‧일본뇌염‧폴리오‧DPaP…끝없는 품절과 품귀 현상

 정부의 무책임한 백신 수급 태도는 자연스레 백신 품귀 혹은 품절 현상으로 이어졌다. 대한백신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백신이 한 번 이상 부족 사태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MR(measles-mumps-rubella combined vaccine,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혼합백신)은 2013년도에 품절됐던 바 있으며, 최근 홍역 유행 등으로 다시 품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두백신의 경우 2016년 품귀 현상을 빚었으며, 일본뇌염백신 또한 사백신‧생백신이 품절을 겪었다. A형간염 백신은 매년 품절‧품귀 현상을 반복하고 있으며 피내용 BCG 백신은 2015년과 2017년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피용 BCG가 임시 NIP에 편입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폴리오 백신은 2017년 품절, DP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 혼합 4가 백신)은 2015년 부족 사태를 겪었다.

 백신 품절‧품귀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비단 업체뿐만이 아니다. 영유아 부모들 입장에선 제때 아이들에게 접종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부모는 “동네 의원에 찾아갔는데 백신이 없어 접종을 못한다 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면서 “접종 때문에 다니던 소아과를 제쳐두고 다른 곳에 가기에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백신 부족 사태에 대한 고민이 크다. 제때 접종하지 않은 아이들이 혹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개원의는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백신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에 대한 부모들의 불만은 전부 우리의 몫”이라면서 “왜 의료인에게 죄책감을 부여하는 환경을 만드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치영 기자  synsizer@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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