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식약처 ‘추진계획 없다’ 해명 불구 ‘성분명 처방’ 추진 우려
환자 편의 위한다면 의약분업 재평가와 선택분업 도입 전제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가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을 불러온 복제의약품(제네릭) 국제일반명 제도 도입과 관련,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약분업 파기’와 ‘선택분업 실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오는 7월부터 환자들의 서명을 받아 병의원에서 직접 약을 줄 수 있도록 선택분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황.

국제일반명(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INN)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950년부터 시행 중인 제도로, 복잡한 화학구조를 가진 약물들을 체계적이고 간단명료하게 명명하기 위해서 개발됐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제네릭의 이름을 국제일반명 형태로 취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있었던 발사르탄 사태 이후 제네릭 난립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으로 언급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정부에서는 제네릭 이름을 ‘제조사+성분명’으로 단일화하는 INN 제도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제네릭 INN 제도가 사실상 성분명 처방으로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의약분업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의협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은 외면한 채 의약품 관리 편의만을 우선시한 INN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성분명 처방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며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효능이 같을 수 없다는 점 등 우선 의약품의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 안전성을 확보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국내외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환경 분석 기초조사와 INN 제도 및 국가별 운영 현황을 조사하는 단순한 연구용역사업이었을 뿐 구체적인 추진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의료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과거부터 정부가 성분명 처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는 점에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과거부터 성분명 처방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정부가 단순 의약품 관리의 편의만 우선시한 INN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국민의 건강을 외면했다고 봐야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INN 제도는 의약품 정보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키고, 환자의 선택권 및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아울러 INN 제도를 식약처에서 통제 가능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한 내과 개원의도 “이론적으로라면 INN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면 좋겠지만 현재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식약처가 통제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선 모든 제네릭 의약품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정리가 필요하다. INN 제도 시행은 어불성설”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선택분업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국민의 약 선택권과 편의 증진을 위해서는 현행 의약분업 제도의 재평가와 국민과 환자들이 약의 조제 장소와 주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분업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며 “정부가 INN 제도를 도입하고, 더 나아가 성분명 처방을 시행한다면 이를 명백한 의약분업 파기로 판단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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