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소규모 의료기관 현실 도외시…경영적 손실로 부담 가중 우려

앞선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으로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관 화재 피해를 줄이고자 추진하고 있는 소방 관련 규제들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하다.

영세한 병의원들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규제만 강화한다면 막대한 경영적 손실로 의사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30병상 이상 병의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현재 소방 관련법 개정의 적용을 받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병의원은 1066개소로 1개소 당 약 1억7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에서 이러한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화재안전기준 개선안 입원실 보유 의원급 확대=하지만 정부는 현행 일정 층수‧면적(바닥면적 1000㎡ 이상 등) 이상의 경우에 적용되던 스프링클러를 600㎡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입원실을 보유한 병의원의 경우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자동화재 속보설비는 기존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에만 해당됐던 것을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원실을 보유한 의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실내장식물에 대한 방염도 종합병원, 요양병원 및 정신의료기관에서 모든 의료기관으로 대상을 넓히고, 화재안전기준의 경우 진료과목 마취 여부 등 세부 특성을 고려해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소방교육·훈련을 강화하고, 피난시설 설치와 용도제한 기준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방·교육 훈련은 현재 연 2회까지 가능한데 소방서장 등이 요청하는 경우 분기마다 가능케 하고, 그동안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던 소방훈련에 대해 소방관서가 현장 확인을 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또 일정 층수 이상이거나 입원실을 보유한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대피공간 마련 등 거동불편환자를 고려한 안전시설을 추가로 설치, ‘방화에 장애가 되는 용도의 제한’ 규정 강화를 통해 위락시설 등 화재위험이 높은 업종과 동일 건축물에 입점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의협, “의료기관만 의무화 화재 예방 가능 의문”=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이같은 정부의 ‘중소규모 의료기관의 화재안전기준 개선방안’과 관련 대부분 반대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스프링클러 설치의 경우 영세한 중소 의료기관에서 막대한 비용으로 설치가 어려우며, 대부분 임대형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건물주와의 마찰이 예상된다는 게 의협 측 우려다.

특히 입원실을 운영하는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우 주간 입원·당일 수술 및 처치 등의 경증질환 입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규제에서 제외돼야 마땅하다는 것.

의협은 “만약 소방시설 설치를 위해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불가능한 만큼 그 기간동안 입원환자의 퇴원조치, 진료공백은 물론 의료기관 폐쇄까지도 검토해야한다”라며 “또 같은 건물의 타 업종에서 화재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기관만 의무화한다고 예방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은 소방훈련과 피난시설 관련해서도 현행법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의협은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훈련의 경우도 이미 과도한 각종 행정 업무 등 규제에다 화재 예방과 관련된 소방 훈련을 늘린다면 의료기관 본연의 업무인 진료를 수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의료기관 상황에 따라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부분 경미한 수술 및 단순처치 환자가 많아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 화재 대피가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라 과도한 규제”라며 “의료기관이 위락시설과 함께 입주하는 것은 건물의 내화시설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내화시설이 갖추어진 건물이라면 용도제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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