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가스, 유독 물질임에도 의료 멸균 공정에 널리 이용…배기장치 통해 배출
적법 배출에도 일리노이 주 멸균 위탁 시설 1마일 내 거주 주민 '암 발생 위험' 증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산화 에틸렌(Ethylene Oxide, 이하 EO)은 발화성이 있는 무색, 무취의 화학 가스로 플라스틱과 부동액 생산의 원료나 병원 내 재사용 가능한 의료 기구들의 멸균을 할 때 사용된다. WHO산하 기구에 있는 국제암연구소 (IARC)에서는 에틸렌 옥사이드를 1급 발암 물질 (인체발암성물질)로 지정하였으며, 장기간 노출 시 뇌와 신경계에 두통, 기억력 저하 등 손상과 혈액암 및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미 환경청(EPA)의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미 환경청 (EPA)에서 2016년에 실시한 ‘IRIS Evaluation’ (Integrated Risk Information System)에 따르면 EO 관련 작업자들의 유방암 발병률은 EO 노출과 충분한 연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균능력이 좋으면서 금속부식성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열 민감성 기구의 가스멸균 공정에 빈번히 사용된다. EO의 유독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대기관리법 (Clean Air Act)의 일환으로 미국 환경청 (EPA)에서는 EO가 사용되는 다양한 설비 시설 (병원, 상업용 멸균기 생산시설, 멸균 위탁 시설 등)의 배출 기준 및 준수해야 할 여타 기준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기관리법 (Clean Air Act)은 1970년에 제정됐으며, 공중 보건을 위해 유해 물질의 배출을 규제하는 포괄적인 연방법으로, 환경부에서 주도적으로 유해 물질에 대한 배출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배출 기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8월 미국 독성물질 질병 등록청(ATSDR, United States Department of Human Services’ Agency for Toxic Substances and Disease Registry)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 윌로우브룩에 위치한 스테리제닉스(Sterigenics)의 EO 멸균 위탁 시설 1마일(1.6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m3 당 공기 중 높은 EO농도로 인해 암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음이 드러났다. ATSDR은 "일리노이 주 윌로우브룩에 있는 스테리제닉스 시설의 EO가스 배출은 공중 보건에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나,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노출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높다"면서 "장기 노출로 인한 암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EO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리제닉스의 시설은 멸균을 위해 EO를 사용한다. 공정과정에서 멸균 대상을 챔버에 넣고 EO를 챔버에 넣은 뒤 특정 체류 시간 후 멸균 공정이 끝나면, 잔여 가스가 환기되고 배기장치를 통해 배기된다. 이때 배출된 가스가 실제 지역에 축적될 경우 지역민의 암 유발을 높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미 일리노이 주 환경청(EPA)은 2019년 2월 15일 해당 EO 멸균 위탁 시설의 폐쇄 조치를 명령했다. 실제 미 일리노이 주 환경청의 폐쇄 조치 이후, 위탁 시설 주변의 산화 에틸렌의 평균 수준은 10명의 모니터에서 50% 이상 낮아졌으며, 스테리제닉스 시설과 가장 가까운 테스트 위치에서는 90% 이상 낮아졌다. 이 후 미 일리노이 주 환경청에서는 EO가스 배출에 대한 강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며, 배출 기준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재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FDA는 멸균기 공급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EO활용 멸균기 대체 옵션을 확보 중에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스콧 고틸렙(Scott Gottlieb) 국장은 성명을 통해 “스테리제닉스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의료기기 제조 업체에게 즉시 시설 중단으로 영향을 받은 기기를 파악하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했다”면서 “FDA는 필요에 따라 다른 멸균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을 돕기 위해 협력 하고 있다”고 밝혔다.
2부 - <국내 의료기관, 정부 부주의 속 EO가스 '무방비 상태'> 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