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화로 인한 진료비 상승 밴딩 폭 축소 부추겨…공단, '제도발전협의체 재가동 개선점 논의하겠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계약이 막을 내렸다. 이번 결과에 따라 보험자와 공급자들은 각각 울고 웃으며 희비가 갈렸으나, 10년간 시행된 수가협상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특히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추가재정소요분을 결정하는 재정운영소위원회가 공급자는 물론 보험자에 대해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재정운영소위원회 회의

가입자 단체들로 이뤄진 재정소위가 최근 보장성 강화로 대거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진료비 증가가 예상된다며 밴딩폭 축소에 나선 것이다.

재정소위에서 밴드규모를 낮게 설정하면서 협상을 주관하는 공단에서도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의협 이필수 부회장에 따르면 병협은 0.7%, 의협은 1.3%를 제시받는 등 협상 초반 공급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인상률을 제시받았다.

이에 지난달 29일, 건보공단 강청희 상임이사는 2차 수가협상에 앞서 “재정소위에서 공급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밴드 규모가 제시됐다. 협상주체로서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난감할 지경. 전 유형 결렬도 우려된다”며 이례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각 단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1차 수가협상 이후 ‘재정소위는 공단 뒤에 숨지말고 나와라’라면서 실질적인 협상의 주체가 공단이 아닌 소위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후 마지막날 3차 재정소위를 앞둔 5개단체 3차 협상에서도 추가재정소요분이 확정되지 않아 보험자-공급자들은 진전된 논의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재정소위에서 밴딩폭을 1조원을 넘기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수치가 오고가는 협상이 진행될 수 있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재정소위가 밴딩폭을 가지고 협상테이블을 좌지우지했다”면서 “공단측이 협상의 주체로서 재정소위를 설득해 논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린점은 인정하지만 재정소위도 협상에 일부 참여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자와 보험자 모두 이번 협상을 통해 얻은 것이 많이 있을테니 적어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장성 강화로 인한 ‘통계의 함정’

아울러,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공단측이 수가인상률을 낮추기 위한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자료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의협과 병협을 비롯한 단체들은 보장성 강화에 따라 비급여가 급여로 이뤄지면서 진료비가 많이 나온 부분을 공단 측이 수가조정률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수치만으로 판단하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진료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비급여가 급여가 된 것이기 때문에 공급자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 공급자단체들의 설명이다.

병협 송재찬 부회장은 “정부가 가격을 낮춰서 이용을 증가하게 만들어 놓고 인상률을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진료량이 증가하면서 인건비, 시설비 등 비용도 증가하는데 그 부분이 반영이 안되면 책임을 전가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단은 공급자들의 개선요구를 수렴해 제도발전협의회를 재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강청희 상임이사는 수가협상을 마무리 짓고 브리핑을 통해 “제도발전협의체를 다시 운영하고 수가협상의 개선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지속가능한 지원을 바탕으로 공단도 문 케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정책수행의 한 축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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