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원 실익 보다 투쟁 명분 집착vs대정부 투쟁 위한 전략적 선택' 평가 엇갈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2020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모든 공급자단체 중 유일하게 의원급만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개원가 일각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협상을 맡았던 대한의사협회가 의사회원들의 실익보다는 투쟁을 위한 명분에 집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의협이 최종적으로 제안받은 인상률은 2.9%인데 지난해 인상률이나 내년도 밴딩폭을 고려했을 때 굳이 결렬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소위원회의 연구결과 낮은 밴딩으로 협상에 난관이 예상됐지만 추가재정 확보에서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이상이 책정됐다.

아울러 의협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수년간(△2014년 3.0% △2015년 3.0% △2016년 2.9% △2017년 3.1% △2018년 3.1% △2019년 2.7%) 평균인 3.0%과 비슷한 성적을 지켜냈다.

하지만 끝내 의원급 수가협상이 결렬되면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로 넘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패널티를 부여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설령 패널티를 받지 않고 2.9%의 인상률이라면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협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의사회원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의협 수가협상단 이필수 단장도 의사회원들의 실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나쁜 결과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협상이 결렬된 것은 석연치 않다”라며 “의협 집행부가 의도적으로 대정부 투쟁을 위해 결렬시킨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강조했다.

한 외과 개원의는 “수가협상 참여를 두고 입장을 계속 선회하고, 준비가 미흡했던 점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의사회원들에게 돌아온다”라며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라 적다 싶어도 인상률이 깎이지 않게 협상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패 아닌 성공 ‘꽃놀이패 잘 활용했다’=반면 의협이 ‘꽃놀이패’를 잘 활용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모든 의사회원이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악이라고 볼 수 없는 나쁘지 않은 협상 결과에 더불어 오히려 대정부 투쟁 명분도 챙겼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중진은 “사실상 의원급 2.9% 인상은 확정적으로 봐야하는 상황에서 만족하지 못한 결과에 투쟁 동력까지 확보하려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며 “의사회원들의 결렬된 부분만으로 지적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얻어낸 것을 봤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수가협상 결과를 떠나 관행적인 불합리한 구조를 재확인하고, 추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수가협상에서 의사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수가협상 구조가 최선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불합리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라며 “협회는 근본적인 건정심 구조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6월 7일 건정심에서 최종 결과가 나온 뒤 추후 협회의 회무 방향이나 의쟁투의 투쟁 방향 등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투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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