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 동등성 검토 개선 및 선발업체 보호 못해…“국내 제조사 저등급만 파는 구조 전락”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임상의무화가 시행되면 복제 문제가 해결되는가? 임상의무화 대상/비대상 목록은 언제 공개할 예정인가? 신규 임상을 하는 경우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승인에만 몇 달이 걸리는데 기간은 고려한 것인가?

의료기기 본질적 동등성 인정제도 개선을 위한 의료기기 기술문서 검토대상 지정·공고 및 허가·심사자료 면제범위 명확화를 골자로 한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입법예고가 지난 9일부터 29일 진행됐다.

하지만 의료기기 업계는 국회 윤종필 의원실(자유한국당)에서 제기한 복제의료기기 논란에 대해 식약처가 ‘임상의무화’라는 오래된 칼을 꺼내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상의무화는 과거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식약처장 시절 업계 간담회에서 칼라파고스적인 규제로 지적을 받아 진행 과정에서 폐기 된 전례도 있다.

앞서 본지는 22일자 의료기기업계, 임상의무화 '핵폭탄급 규제' 강력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해 문제제기를 한바 있다. 하지만 업계의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대표적인 것들을 모아 식약처에 문의해봤다. 가독성을 위해 스마트폰 메신져 형태로 정리했다.

이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 A사 담당자는 “기술문서심사 대상과 임상시험자료 제출 대상을 품목으로 구분하는 것이 본질적 동등성 검토 개선 및 선발업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충족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제의료기기라는 제품들은 1~2등급이 대부분이지 임상시험자료 제출 대상에 해당될 만한 4등급의 이식 또는 high-tech 제품은 그 사례가 미미하다는 것. 정작 대부분의 copy 제품에 해당하는 품목의 동등성 검토 개선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등성 검토 컨셉 자체를 부인하는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기 전주기 관리 체계를 강조하는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라며 “허가 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상적 안전성이 동등제품을 통해 이미 확보된 것이라면, 임상평가보고서(CER)나 시판후 임상평가(PMCF) 등을 통해 현실적인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가 전 임상의무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쌓기보다는 국내의 high-tech 의료진과 임상환경에서 축적할 수 있는 big data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사용증거(RWE)들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규제로 업계 전체 임상 비용 1억 1,500만원 증가? "터무니없다"

한편 식약처의 규제영향분석서의 비용편익분석에 따르면 규제 강화로 인한 산업계 전체 비용은 총 1억 1,5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업계는 신규 임상이 1건만 발생하더라도 그 비용을 상회하며 임상시험자료 제출면제 대상 축소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비용은 최소 수백억이 될 것으로 추산하며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의료기기 임상은 의약품과는 달리 시술 혹은 수술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시술 전 진단검사비용 부터 시술 혹은 수술비용을 포함한 전체 진료비를 의료기기업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발생하는 치료비용만 산정하더라도 환자 1명당 1,000~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된다.

의료기기 및 시험관리비용을 더하면 단순 계산으로 하나의 임상에서 단일기관 피험자 30명을 대상으로 산출했을 때 최소 5-6억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 의료기기업체 B사 임원은 “현행 본질적 동등성 제도가 입증자료의 검토 없이 체크리스트 형태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며 “솔직히 법이 진행된다면 결국 우리는 따라야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힘들지만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은 낮은 등급으로 싼 제품만 파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깊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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