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중요하지만 환자 충분한 의약품 구비가 비용 효과적
발작 발생시 즉시 투여가 중요…급여 현실화 중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유전성혈관부종 환자들이 피라지르를 2회분을 소지하고 언제 어디서든 발작이 발생한다고 인지하는 순간 바로 투여해 치료를 시작하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루이지사코병원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사진>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유전성혈관부종 환자 삷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피라지르에 대한 급여 현실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피라지르는 유전성혈광부종 환자 본인이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필요 시 자가주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져 있어야 한다”며 “그럴 경우 환자가 발작을 겪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투여를 통해 치료를 시작 할 수 있고,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 발작 초기단계에 빠르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라지르의 경우 유전성혈관부종 환자에서 발작이 발생하면 관련 증상을 1차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응급 치료제다. 피라지르는 마치 천식 치료제와 같이 평소 응급 의약품으로 소지하고, 증상이 발현했을 때 스스로 투약할 수 있어, 유전성혈관부종 환자라면 기본적으로 소지해야 한다는 것.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유전성혈관부종 환자 치료가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유전성혈관부종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2회분의 응급치료제를 소지하고 언제 어디서든 발작이 발생한다고 인지하는 순간 바로 투여해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같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환자들을 대하는 접근법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된 것”이라며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의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떠한 발작이든 발생 즉시 투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는 “유전성혈관부종 치료의 일반적인 접근법은, 급성발작이 나타났을 때 피라지르를 이용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환자가 자주 중증의 발작을 보이는 경우 장기 예방 요법으로 안드로겐도 함께 투약을 고려한다”며 “안드로겐을 투약하더라도 급성발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피라지르도 반드시 소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전성혈관부종 환자 치료가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치료법이 권고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급여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2018년 9월부터 피라지르의 급여가 적용됐지만 1회분에 한해서만이며 2회분은 아직 비급여 상태이다.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의약품 급여와 관련해 치료제의 경제성은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피라지르와 같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치료제의 경우 목숨을 담보로 경제적 논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환자가 치료제를 1회분만 소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작이 발생할 경우, 1차 투약 후에도 추가적인 발작이 지속해서 발생하게 된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2회분 소지를 강조한 이유로 이는 환자가 필요한 시간 내에 치료제를 투약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거나, 피할 수 있었던 기관지 절개술 등을 받게 될 수도 있는 만큼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상황이나 합병증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치료제를 소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 2년 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사례를 든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급성발작이 나타난 환자가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2회분의 치료제를 다 소진하고 병원에 내원해 추가 투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병원에 치료제 재고가 없어 적시에 치료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치료제를 수급하는 며칠 사이 또 다시 후두 발작이 발생했고, 결국 기관지를 절개해야 했다. 다행히 환자의 목숨은 구했지만, 충분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불필요하고 긴박한 상황들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반드시 2회분의 치료제를 소지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급여를 결정하는 당국에서 의약품의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 환자에게 2회분의 치료제를 소지하도록 하는 것이 큰 지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충분한 양의 치료제를 소지하지 못해 급성발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입원, 불필요한 수술 등 추가적인 치료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부분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양의 치료제를 처음부터 잘 구비하는 것이 훨씬 비용 효과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환자가 체감하는 개인적인 삶의 질에 대한 차이도 상당히 크므로 2회분 치료제 급여 부분을 함께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아 자니켈리 교수는 “모든 유전성혈관부종 환자들이 이 치료제를 충분하게 소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환자들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꼭 교육이 필요하다”며 “환자들에게서 발작은 물론 발작이 오래 진행됨으로써 겪게 되는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문제를 감소시키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피라지르는 효과가 우수하고 매우 안전한 치료제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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