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소송과 검찰수사로 얼룩진 국산 바이오신약의 신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인보사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품목 허가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코오롱 인보사 제품사진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2액에 당초 허가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를 사용했으며, 이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숨겼다는 이유에서다.

코오롱측은 세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이지만, 식약처는 주성분에 생긴 중대한 결함을 15년간 몰랐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검찰 고발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과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도 코오롱측에 대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

이로서 국내 첫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결국 검찰수사와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웅렬 전 회장의 인보사 신화

인보사의 개발은 199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웅렬 코오롱회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인보사에 1100억 가량을 투자하는 등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회장은 인보사를 두고 “나의 네번째 자식”이라고 표현하며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투자했다”면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듬해인 1999년에 이 회장은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2005년 한국에서, 2006년에는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등 이른바 ‘인보사 신화’가 시작됐다.

국내 임상통과 후, 2017년 4월, 중앙약제심의위원회에서 인보사에 대한 시판허가가 좌절되며 위기가 오는 듯했으나 2개월 후인 6월 시판허가를 얻어내면서 11월, 국내 판매가 개시됐다.

이후 2018년 7월에는 미국 FDA에서 임상시료 사용허가를 받아내 임상 3상을 개시하고 승승장구의 길을 걸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월 30일 임상3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배열검사인 STR검사를 진행한 결과, 인보사의 2액에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들어있었던 것이 최종 확인됐다.

이에 4월 1일 코오롱측은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중지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우석 대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지난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에 대한 품목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취소 이후 반박문을 통해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고 있으나 조작이나 은폐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식약처가 발표한 허가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관련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 갈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인보사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고, 인보사의 빠르게 복귀를 모색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의약품에 있어서 신뢰도는 가장 중요한데, 현 상황에서 환자들이 인보사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

식약처 허가취소 발표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3월 초 9만 4000원과 비교해 약 20% 수준인 2만원으로 떨어졌다. 또한 코오롱 그룹의 계열사들 역시 동반 하락하면서 인보사 문제는 코오롱 그룹 전반으로 영향을 끼치게 됐다.

장기간 통증완화는 물론 관절의 운동기능성을 개선시켜주는 것만으로도 대체재가 없어 뛰어난 사업성이 예상됐던 국내 바이오신약의 신화는 이렇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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