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진료환경 훼손 피해는 환자에게…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 근절 정책 우선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국회에서 무면허 대리수술에 대한 해결책으로 환자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CTV 설치 강제화로 인해 의료인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둠으로써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적인 진료를 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위험이 높은 의료행위의 경우 환자의 동의 하에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 확보와 더불어 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불법 의료행위는 물론 의료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 등 의료행위인 경우 의료인이나 환자 등에 동의를 받아 해당 의료행위를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이러한 개정안이 오히려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의 프라이버시도 침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의 집중력 저해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최선의 진료를 방해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환자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수술실에서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중한 수술이나 고난이도 수술, 고위험군 환자 대상 수술 시 최선의 수술을 저해시켜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환자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시 빈번한 의료분쟁이 발생하게 돼 의사와 환자 간 신뢰도 무너져 오히려 의료분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의협 측 우려다.

의협은 개인정보나 초상권 등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개인정보 공개에 관한 자기결정권 침해, 초상권 및 이들이 갖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등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 제2항을 보면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협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한 국가는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국회에서 추진 중인 개정안이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해 나가는 방법론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보다는 수술실 출입자 명부 작성, 출입 시 지문 인식,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내/외부 고발 등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는 정책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협은 “소수의 의료사고 증거 수집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최선의 진료환경 저해로 인한 의료 왜곡 및 질 저하, 민감한 신체 노출 위험 등 다수의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는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는 교각살우(矯角殺牛)에 해당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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