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의사회 첩약급여화 반대 압도적-집행부 향한 불만 여론 번질까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추나 급여화·엑스레이 사용 천명·첩약 급여화 추진 등 멈출줄 모르던 한의협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첩약 급여화를 두고 회원들의 내부 반대에 부딫힌 것이 그 이유다.

서울시한의사회는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제제 한정 의약분업과 첩약 급여화 정책에 대한 서울시한의사회 회원들의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한의협 중앙회는 △10일분 15만원 이상의 수가 △첩약 분업 불가 방침 고수 △처방공개시 약재명만 공개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반대 측은 △한약사의 참여 불가피 △의약분업 위험성 △식약공용 해결없는 처방전 공개 반대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첩약 급여화를 반대한 한의계 관계자는 “처방전 공개를 하면 의료계의 전문의약품과 다르게 한약은 구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임의 제조가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표 결과는 반대 측의 압승이었다. 특히 첩약 급여화 추진에 대한 의견은 반대 측이 65.2%를 기록해, 찬성 측의 34.8%를 압도했다.

◆ 한의계, 첩약 관련 신·구 갈등 양상

첩약 급여화는 한의협의 주요 추진 사업으로 꼽힌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총회, 기자회견에서도 첩약 급여화 실시를 언급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 복지부는 10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예고하고 한약 급여화 협의체를 통해 실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러한 집행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의계 내부에서는 첩약 급여화에 대한 반대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 2012년 첩약 급여화가 추진되려고 했으나 당시 회원들의 내부 반대에 부딫혀 무산된 바 있다.

이 같은 한의계의 첩약 급여화 찬반 갈등구도는 실제를 들여다보면 신·구 갈등 요소가 자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의계 관계자 A씨는 “현재 첩약 급여화를 둘러싼 갈등구도는 신·구 갈등구조”라며 “과거 한의사들은 첩약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근래의 한의사들은 환경이 달라졌다. 첩약 급여화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현 세대의 한의사들과 신구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타 직역도 버거운데...”, 추나 자보 제한 불만·첩약 갈등까지시험받는 집행부 리더십

서울시한의사회의 투표가 직접적으로 한의협 중앙회 집행부에 작용하는 것은 아니나, 주요 산하단체 회원들의 반대 여론이라는 점에서 집행부는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의협은 의료일원화 및 한의사 혈액검사 실시와 엑스레이 사용을 두고 의협, 의사단체와 대립 중이며, 한약급여화 협의체 내에서 약사회, 한약사회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실시 등을 놓고 협의 중인 상태다. 이처럼 한의협 중앙회 집행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번질 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집행부를 향한 불만은 ‘추나 자보 제한’ 당시 터져나온 바 있다. 국토교통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추나요법 20회 제한 등이 담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변경 안내’(행정해석)가 발표되자,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등은 성명을 통해 “중앙회 담당 임원에게도 그 방만한 대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의협은 고시 일부 수정을 통해 ‘급한 불’을 끄긴 했으나, 중앙회 행보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현재까지도 일부 회원들에게 지속되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시한의사회 홍주희 회장은 투표 진행전 담화문을 통해 “현재 한의계는 추나 급여화 진입으로 희망이 가득했던 분위기가 기존 자동차보험의 추나 보장성 변화에 대한 준비의 미흡함으로 인해 한의계 내에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자보 추나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마음이 제제 한정 의약분업과 첩약 급여화 과정으로 번졌다”고 회원들의 동향을 밝혔다.

한의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한의협 중앙회는 서울시 투표와 별개로 자체적인 첩약 급여화 여론조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계 관계자 B씨는 “한약급여화 협의체에서 타 직역을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내부 회원들을 우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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