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대한보건협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먼저 1973년 정부에서 법정기념일로 ‘보건의 날’을 제정한 후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해온 것이 어느새 올해 47회를 맞아 보건분야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7년에 설립되어 6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보건협회장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역대 정부에서 국민보건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나 진지하게 견지해왔는지에 대하여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정부가 수립되면서 ‘보건부’를 신설하였지만, 1955년에 ‘사회부’와 통합하여 ‘보건사회부’로 개편되었고, 1994년에는 ‘보건복지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시 ‘보건복지가족부’로 개칭되었다가, 2010년에 다시 ‘보건복지부’로 환원되었다. 최근에 들어 보건복지부 예산의 90% 이상이 복지분야에 배정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책의 우선순위가 복지에 쏠려있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관심도 복지 쪽에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심으로 돌아가 보건부의 독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가 이미 지났다.
◇만성질환 효과적 대비 중요=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한 결과로 국민들의 주거환경을 비롯한 환경위생 수준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영양상태가 좋아졌고, 의료수준 또한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세계에서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감염병 시대로부터 만성퇴행성질환시대로의 변천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 즉, 만성질환시대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노인인구가 급증한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그리고 급성 감염병의 경우는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만성질환의 경우는 흡연이나 음주 등 개인의 생활습관에 기인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정부나 사회가 당연히 져야할 책무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시대를 맞이하여 특히 급증한 노인인구들이 감당하여야 질병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비해왔는지에 대하여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적 질병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주무기관인 질병관리본부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신종플루와 메르스 등의 감염성 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하였을 때 여론의 질책으로 인하여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승격시켜온 것이 눈에 띄는데, 이는 사전에 그와 같은 감염병 집단발생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하여 내린 정책결정은 아니었다. 현재의 질병관리본부 조직을 살펴보면 5개 센터와 23개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긴급상황센터(5개과), 감염병관리센터(4개과), 감염병분석센터(5개과), 질병예방센터(6개과) 및 장기이식센터(3개과) 등이다. 만성질환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질병예방센터 내에 만성질환관리과와 만성질환예방과 두 개의 과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만성질환 대비 조직개편 필요= 감염성 질환은 짧은 시간에 다수의 환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하고 시급한 해결을 요청하는 여론에 정부가 엄청난 압박을 받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국민보건에서 만성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도록 조직을 개편하였어야 하는데 많이 늦었지만 아무리 늦어도 너무 늦는 법은 없다고 하였으니 시급히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하였다. 대단히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헌법에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겠다는 선언만 하면 저절로 국민들 건강이 보장되는 것일까? 헌법에 명시하기 전에도 우리나라 공중보건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국민들의 건강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강구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민 건강수준을 높이려면=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하여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보건의료분야 거버넌스의 개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보건과 관련되는 많은 업무들이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즉 보건복지부에서 주된 업무를 관장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에 분산되어 있는 보건의료관련 업무와 예산을 통합하여 ‘보건부’를 독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중장기 보건의료정책과 로드맵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과감하게 투입하겠다는 대통령과 장관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셋째,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보건사업을 정부조직만으로 추진하여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보건의료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민간단체들과 협력하여 효과적인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대한보건협회는 전국에 15개 지부와 지회를 설치하여 정부와 협력하여 효과적인 공중보건사업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대한보건협회는 건강백세시대를 선도하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대한민국 보건발달사’라는 우리나라 공중보건분야 역사적인 발달과정을 집대성한 책자를 발간하여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료로 제공한 바 있다. 이번 보건의 날에는 축하행사를 통하여 향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욱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정부와 국회 및 민간단체들이 어떤 노력을 하여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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