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최근 입양의 날 주간을 맞이하여 국회에서 개최된 세미나의 주제였다.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진리인데, 이와 같은 세미나를 연 것은 그 만큼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세미나 발표에 의하면 약 3만 여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보육원, 그룹홈과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집단을 이루고 살다보니 공동생활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동일한 식사를 하며, 모두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질 좋은 식단과 편한 잠자리일지라도 어린 나이에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시설 보호자를 ‘엄마’로 알고 따르는 현실 속에서 원가족의 ‘엄마’와 자신의 ‘엄마’의 다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의 ‘엄마’는 하루에도 2~3번 바뀌고 보호기간 동안 수십 명이 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18세가 되면 300~5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받고 사회에 나온다. 이들이 이후 어떻게 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하여 실태조사를 하지만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한다. 일부의 아이들만이 조사에 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부모가 있는 아이도 있는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맡겨진 아이가 절반에 가깝다고 한다. 그런데 일단 시설에 맡기는 기간이 길어지면 여러가지 사유로 자녀가 18세가 넘도록 찾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부모 품에서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상습적으로 자녀를 폭행하는 부모도 있고, 사회적인 편견과 냉대가 무서워 자녀양육을 포기하는 나이 어린 엄마, 아빠도 있고, 부모의 이혼, 사망 등도 있을 것이다.

부모의 상습적인 폭력이나 학대 등의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부모와 자녀 사이를 떼어 놓아야 할 것이다. 나머지 양육을 포기하는 이유는 양육비용의 문제이다. 특히 이혼, 부부사별, 미혼부모 등 혼자서 자녀양육을 하는 한부모의 양육환경은 너무나 어렵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시간과 경제적면에서 모두 어렵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나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 통틀어 7개국뿐이라는 것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자녀를 포기하는 숫자가 매년 4천 명 이상 발생한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 중 많은 아이들이 시설과 그룹홈에서 보호된다니 안타깝다. 입양되는 아동은 국내외 합쳐서 600여 명에 그친다. 친부모가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입양하여 새 부모를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에 대한 편견이 조성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년 전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아동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언론은 입양가족이라는 사실을 부각하여 입양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오해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5년간 입양기관이 해외 입양으로 벌어들인 수익 500억 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또한 마치 입양기관들이 아이들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의 입양 절차를 맡고 있는 입양기관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비난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모두가 가정에서 자랄 수 있게 모든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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