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공단 지급거부가 당연 무효라고 볼 수 없다” 판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이중개설 의료기관이 낸 미지급 요양급여 청구에 대해, 이를 기각하고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법의 이중개설 금지 조항을 위반해 개설한 의료기관은 건보법상 요양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존재하고, 하급심들의 판결도 엇갈리고 있으며, 비용의 지급거부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해석에 다툼이 있으므로, 공단의 지급거부가 당연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치과의사 A씨 외 의사 다수는 2015년 11월 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의료법 제33조 8항인 '이중개설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소제기 약식명령청구 및 기소유예 불기소 처분을 통보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자금으로 물적설비를 갖추고, 명의원장과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되, 실제로는 명의원장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치과의사를 구인해 순차적으로 B치과의 각 지점을 설립했다.

또한 A씨는 2012년 2월경 의료법 제33조 8항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자, 외형상 지점 원장들과의 동업관계를 해지했다. A씨는 자신이 각 지점에 대해 경영지원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치과병원 관계자들이 지점의 명의원장들에게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각 지점을 개설 및 운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치과병원 지점들에 대해 국민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기관임이 확인될 때까지 2015년 11월 이후 지급될 청구금액 24억 4487만원을 지급을 거부할 것임을 통보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 제4조 2항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와 제33조 제8항 '이중개설 금지'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24억 6199만원의 환수결정을 내렸다.

A씨는 건보공단의 지급 거부 결정에 반발해 미지급 요양급여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법원에 청구했다. A씨 측은 각 치과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설립된 의료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권이 있으며, 설령 이 사건 각 병원이 중복개설 의료기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청구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지급거부처분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진 것이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전했다.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에 대해 먼저 공단의 지급거부처분의 하자가 존재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 제 42조 1항 1호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요양급여비용의 수급자격이 있는 요양기관이고,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각 지급거부처분을 했다“며 ”이 같은 하자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요양급여 청구와 지급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것이므로 그 정도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하자가 '당연 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가 행해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존재한다”며 “이와 함께 의료법 제33조 제8항 등을 위반해 개설된 병원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하급심 판결의 결론이 엇갈리고 있다”며 하자가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지급정지처분의 하자가 당연무효 사유가 아닌 단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전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인 김준래 변호사는 “의료인 1인 1개소 소송은 환수처분소송, 지급거부처분 소송, 비용청구소송 등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 판결은 비용청구소송 중 최초로 선고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판결은 행정처분을 한 경우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해석의 다툼 여지가 있는 경우 행정처분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경우 비용환수처분이나 비용지급처분과는 별개로, 해당 병원이 곧바로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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