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요즘 보건의료계의 시선은 5월말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 간의 수가 협상 결과에 쏠려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의협 및 병협 등 6개 공급자단체는 지난 1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초반부터 평가 자료 공유 및 수가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평가지표 산출 방식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협상에서 최저 임금 인상 및 저수가에 대한 의료행위 원가 보전을 강력 희망하고 있다. 반면 공단측은 근거 기반의 진료비 자료에 근거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가 인상에 기대치가 높은 만큼 공단의 미온적인 수가협상 방식에 불만이 높다. 지난해 약 31,000개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진료비 비중은 19.4%에 불과했다. 이는 2001년의 진료비 비중이 32.8% 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가늠 할 수 있다. 의협은 총 진료비 비중이 30%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적어도 4% 이상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저수가에 대한 보전과 최저 임금 인상 등에 따른 경영 부담 요인 등이 지표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현재 공단의 입장을 보면 그리 녹록치가 않다.

병협 역시 공단측이 의료비 억제에 기반을 둔 SGR(지속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방식을 고집하고 나서는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진료비 변동 차이를 기준으로 유형별 수가 인상률을 추계하는 SGR 방식은 누적개념을 활용하기 때문에 유형별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조차 문제가 있어 폐기한 방식을 공단이 고집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SGR 효용성에 대한 검증을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도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중소병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보장성강화 등으로 인한 진료비 상승효과가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단측은 이 같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시간적인 제약으로 SGR 방식의 변경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과연 공정한 수가협상을 표방하고 나선 보험당국에 그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공급자단체에선 이번 수가 협상도 과거처럼 미리 수가 인상폭을 정해 놓고 모양만 협상 방식을 띤 형식적인 협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의 전제는 적어도 보험당국과 공급자단체간에 동등한 조건에서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촉박한 일정이지만 상호 근거 자료를 충분히 공유해 간극을 좁혀 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공급자단체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보험당국 몫이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6개 공급자단체 전원 합의 타결이라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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