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성 치매 환자 비중 8.8%, 시장 영향 적지만 대체약 부재에 대한 고민 안겨
혈관성 치매 증상 개선 효과 확인 까다로워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효과에 대한 적절한 도구가 부족한 혈관성 치매에 대한 도네페질 적응증 삭제에 대한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도네페질이 없을 경우 혈관성 치매로 처방 가능한 의약품이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도네페질 임상재평가 결과로 ‘혈관성 치매(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치매) 증상의 개선’ 적응증 삭제 내용을 공고해 최종결과와 대안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식약처는 허가된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위해 주기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한다.

이에 2012년 도네페질 성분의 ‘혈관성 치매’에 대한 재평가로, 도네페질 공급 제약사에 국내 임상시험 결과 추가 제출을 주문했다. 그 중 20개 제약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국내 임상 결과보고서를 올해 제출했지만 지난 4월 30일 중앙약심의 심의·의결 결과 이와 같은 공고가 났다.

중앙약심의 이 같은 결론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도네페질이 혈관성 치매 증상 개선의 치료효과는 보였으나, 그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서’로 보고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에 의한 뇌 손상이 누적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기전이 다양하고 임상 증상이 복잡하여 분류와 진단 기준 등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아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뇌혈관 질환 또는 다른 동반 질환이 있는 혼합형 치매 중에서도 뇌혈관 병변을 동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가 74~9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혼합형이 아닌 혈관성 치매로만 진단받는 환자는 국내 치매환자 중 약 8.8% 정도이지만 문제는,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유일한 혈관성 치매 증상 개선 치료제인 ‘도네페질’의 처방이 중단될 경우, 의료진과 환자들이 체감할 막막함이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의 섣부른 적응증 삭제는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 진단 받은 혈관성 치매 환자의 경우 사용 가능한 약물치료법이 없어지는 것이며, 도네페질 투약을 통해 약물치료를 받아온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더 이상 치료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도네페질 성분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치매 치료제로, 1996년 미국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 적응증을 승인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 2005년에 각각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에 적응증을 승인 받았다.

이번 식약처 공고에 대한 이의신청이 없거나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혈관성 치매증상 치료의 개선에 대한 적응증은 삭제되어 약 3만 6천명(2017년 기준 혈관성 치매로 처방을 받은 환자 수)의 혈관성 치매 환자의 약물치료 옵션이 없어지게 된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 정확한 감별 진단이 어려울 뿐 아니라,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임상평가 도구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비해 부족해서 임상연구가 쉽지 않다”며 “또한 이전의 해외 연구결과에서는 도네페질 치료군(5&10mg)이 위약군에 비하여 인지기능에 있어 유의한 개선을 보인 만큼 도네페질 이외의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마땅한 대체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임상연구의 해석과 적응증 삭제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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