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종별 기능 재정립 시급

보건의료 선진화 앞당기자

디지털시대 의료환경 변화<3>

변형규

-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라 할 것이다. 환자입장에서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아 전문의의 진료를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으며, 일부 의사를 제외하고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진료도 큰 대기 없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가벼운 경증질환에도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이 몰리게 되고, 정작 중요한 응급환자나 중증환자의 경우 적시에 진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접근성이 좋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문재인 케어로 인한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 우려로 의료생태계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지속적 운영 및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은 최우선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강화되자 2016년 5월 13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도입하였고, 2017년 12월에 전체 42개 상급종합병원으로 참여기관을 확대하고, 2018년 4월에 300병상 이상 61개 종합병원까지 확대하였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회송기관 총 103기관이 참여하였고, 협력 병·의원은 1만 7천여개소가 참여하였다.

의사협회는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진찰료나 입원료 체계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하며, 지역내 의원급 의료기관과 잘 협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동 시범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언급했다.

이에 의뢰-회송 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하고, 일차의료기관의 행정부담 완화를 위해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원활한 의뢰-회송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의뢰시스템도 중요하며,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으로 수평적 진료의뢰에 대한 수가 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비록 2018년 4월부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확대하여 1차 의료기관에서 2차 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게 되었으나, 아직까지 의원간, 병원간 등 수평적 환자의뢰에는 수가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 간 의뢰-회송 수가 모형 개발 및 평가 연구’(가천대, 2016.12.)에서 의뢰율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시범사업 전(2015년) 1.03%에서 시범사업 직전(2016년 1~4월)은 1.49%, 시범사업 기간(2016년 5~8월)은 1.84%로 점차 증가했고, 상급종합병원 전체 내원환자 중 회송청구 건수 비율은 시범사업 전(2015년) 0.06%, 시범사업 직전(2016년 1~4월)은 0.07%, 시범사업 기간(2016년 5~8월)은 0.42%로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동 연구보고서는 참여기관 및 시간부족 한계와 환자에게 별도의 본인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간소요가 많은 입원 회송은 차등수가 지급이 필요하다는 점, 체계적인 진료정보 교류 프로그램이 구축되어야 하는 점, 병원의 EMR과 연동되는 기술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성과라고 밝혔다.

그리고 시범사업 제도화를 위해 의뢰 및 회송 수가의 조정, 의뢰-회송에서 본인부담금 면제 및 성과보상 방식 도입, 병원의 EMR 및 진료정보교류시스템과 심사평가원 중계시스템의 연계, 회송 후 지속 협진 및 질 향상에 대한 수가 마련, 의뢰-회송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인식개선을 제안했다.

2018년 제22차 건정심(2018.12.27)에 보고된 그간의 추진현황 분석결과, 의뢰는 경증환자임에도 환자의 요청 등에 따른 비임상적 사유로 인한 의뢰가 24% 정도 발생하였고, 회송은 환자의 거부, 적정 회송 대상기관 선정 어려움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분석되었으며, 환자 설득 어려움 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환자에 대한 회송 수가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범기관들의 의견이 제기되었다.

의뢰는 상급종합병원 등에 의뢰한 경우만 수가 산정이 가능하여 상급종합에 의뢰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지역병원과 일차의료기관의 협력관계가 활성화 되지 않아 지역내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의뢰되기 어려운 구조다 보니, 환자가 적절한 기관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내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분석되었다. 회송은 회송 이후 환자 추적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다시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회송 환자 모니터링 및 협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동안 의료전달체계 왜곡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11년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도입하였으나, 큰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했으며, 2018년 11월 대상질환을 확대하기 까지 하였다.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의 목적은 환자의 의료쇼핑을 억제하고 대형병원의 쏠림현상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현상을 개선하여, 의료기관 종별 기능 정립과 환자의 질병에 맞는 적절한 진료 제공이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제기된 문제점 등을 개선하여 시범사업의 목적 달성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에, 동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향후 동 시스템을 통해 의료전달체계의 왜곡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1차-2차-3차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정립 및 역할을 구분하여, 병원급까지 포함한 진료 의뢰-회송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수평간(각 종별간) 진료 의뢰-회송에 대한 수가 산정도 가능하도록 하여,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에는 수도권 병원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의원급의 경우에는 해당 질환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회송시 자료작성 등에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작은 것은 회송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적정수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환자 보호자의 요청 등으로 인한 의뢰 비율이 24%나 된다는 평가 결과처럼 비임상적 요인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낭비뿐 아니라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환자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환자에게 페널티 등의 책임부과 방안도 고려되어야 동 사업이 성공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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