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된 진료정보 상호교환 뒷받침해야

보건의료 선진화 앞당기자

디지털시대 의료환경 변화<1>

오상윤

-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최근 보건의료 데이터에 대해서도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공급자의 대부분이 민간의료기관으로, 전자의무기록이 각 의료기관 및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개발되어 상호 운용성 부재, 표준화되지 못한 데이터 관리의 문제점이 대두되어 왔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란 환자가 평생 동안 진료를 위해 찾은 병원은 수십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각 의료기관에 홍길동이 진료한 내역을 요청하면, 현재는 의료기록을 종이나 CD로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표준화된 자료가 아니어서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하고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이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3분 진료로 대변되는 우리 의료체계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질병에 대한 설명을 다 설명하고, 의사가 환자의 이전 진료정보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한자 중심 의료전달체계 강화

환자는 자신의 정확한 이전 진료정보를 의료진과 공유해 최적의 치료를 받고, 의료진은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여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존 의료패러다임은 의료기관 중심으로 한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치료를 모두 하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 전달체계 내에서 의료기관간 상호 협력을 통해 치료와 관리가 수행될 것이다.

예를 들면, 급성기 치료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하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지속적 관리는 집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변화하여야 한다. 환자 건강상태의 변화가 감지되면, 환자를 관리해 오던 의료기관이 과거 급성기 치료를 실시했던 상급종합병원과 연계하여 협진하는 체계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에 표준화된 진료정보의 상호 교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전자의무기록의 표준을 정하고, 이를 인증하는 사업을 추진하여 2012년 사례 연구를 시작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전자의무기록의 표준화 및 인증을 할 수 있고, 의료기관간 진료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으로 마련하였다.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이 이와 같이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고 의료전달체계의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인증제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전자의무기록의 표준을 현장에 적용해 보기 위한 시범사업을 2018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정해진 전자의무기록 표준의 현장 적합성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로 시범 기관을 선정하여 검증 기준의 적정성 및 정해진 표준의 성능과 활용도에 대한 현장입증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 대상 기관은 상급종합병원(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종합병원(국립암센터), 의료정보업체로는 종합병원급(평화이즈, 이온엠솔루션), 병원급(자인컴), 의원급(비트컴퓨터, 네오소프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아래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첫째, 전자의무기록의 기능적 측면이다. 먼저 현재 관리 받고 있는 질병, 과거의 중요한 수술이력, 약물 알레르기 반응 등 환자의 많은 건강상의 문제가 쉽게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환자의 건강상태에 맞추어 적절한 치료가 제공될 수 있으며, 환자의 정확한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근거 중심의 임상의사결정시스템(CDSS)을 통해 의료 과오를 최소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부는 병원의 규모에 따라 적용 기준을 적절히 차등하여 의원급부터 상급종합병원에 모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정보 보안에 관한 것이다. 전자의무기록에 대한 접근권한관리 및 로그관리 기능으로 의료정보의 이력관리가 가능하고, 위·변조 방지 기능이 도입되어야 한다. 최근 모 병원이 원내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은폐하려고 의무기록을 삭제하다가 발각된 바가 있다. 환자에게 본인의 의료정보가 철저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전자의무기록의 신뢰성과 보안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보의 상호 운용성이 높아야 한다. 의료 용어 및 업무프로세서 표준화를 토대로 환자 진료정보를 환자나 의료진, 의료기관 간에 교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종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긍정적 효과들이 발생할 것이다. 먼저 의료인 상호간 정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해져 보다 효과적인 협진이 가능해지고, 환자의 진료 연속성이 더욱 보장될 것이다. 전자의무기록 인증제에서는 개인정보가 보호된 상태에서 적시에 적정 진료정보교류가 실시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도가 환자 안전과 진료연속성을 지원하고, 의료 현장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회보장정보원 등 여러 전문기관들을 통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계로는 의료정보학회와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이, 현장에서는 한국병원정보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및 한국표준협회가 참여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시범사업의 개선점을 찾고 본사업 시행 준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조경희 위원장님을 필두로 한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통해 개선점의 적절성을 검증하고 있다.

▲EMR 인증기준 현장의견 수렴

금년 상반기 중 공청회를 통해 현재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검증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 기준에 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개선된 인증 기준을 시범사업 대상 기관에 다시 적용하여 요구사항들이 모두 반영되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공청회 결과와 시범사업 대상기관 재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인증기준을 수정·보완하고, 이를 금년 상반기 내 고시할 것이다. 정부는 전자의무기록의 우수성을 인증받기 원하는 의료기관이 인증제를 활용할 있도록 권고하고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인증 받은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20년 의료 질 평가 지원금 산정을 위한 기준에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을 시범 지표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또한 향후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에 관한 건강보험 수가 지원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 많은 의료기관들이 전자의무기록 인증을 거친 우수한 시스템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국민의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한편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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