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차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를 1977년 처음 도입하여 불과 십여 년 만인 1989년에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현하였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배우고 싶어 할 정도로 건강보험을 빠르게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이다.

특히, 2017년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는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고 취약계층의 본인 부담을 낮추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수립하여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한지 약 2년이 지난 현재, 의료비에 큰 부담을 주었던 선택진료비가 사라졌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기준 병실을 6인실에서 4인실로 변경하였으며, 2·3인실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입원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였다. 간호간병서비스 도입·확대로 국민의 간병비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각종 질병 치료에 으레 따라붙게 되는 값비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다양한 초음파 검사 등도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됨에 따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낮아지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 말 기준 누적 적립금 약 20조 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건강보험이라는 나무는 열매도 풍성하게 맺은 동시에 뿌리박고 있는 기반도 탄탄한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건강보험의 미래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의 증가, 저출산 심화에 따른 미래 재정 수입 감소, 무자격자의 불법적인 급여 이용, 불법 사무장병원의 설립 증가 등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지속가능성 확보’ 역점= 결국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건강보험의 풍성한 과실을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요양병원의 부적절한 장기입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원 환자의 분류 체계를 다시 세우는 일부터, 퇴원 후 지역사회 돌봄 연계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제도 시행 이후 최초로 모든 급여 항목에 대한 재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일차의료를 통한 통합적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강화하여 질환의 중증화를 예방하는 한편, 극단적 과다 의료 이용자에 대한 사례관리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환자 의뢰·회송 등을 내실화하여 의료 전달체계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보험진료만으로 운영토록 적정수가 보상=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와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필수인력을 지원하는 한편, 의료기관이 보험 진료만으로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험 수가도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보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 누수요인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불법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위해 적발 및 처벌 확대, 부당 급여 청구 및 불법 증·대여, 도용 문제에 대한 사후관리를 촘촘하게 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과 국고지원 규모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한 수입 확충, 사전 예측에 근거한 재정 지출관리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적립금을 10조 원 이상 유지하고자 한다.

◇재정 누수요인 관리­재정 안정성 확보 노력 병행= 최근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은 각종 평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국민건강 보장’과 ‘의료비 경감’이라는 목표를 위해 우리 보건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힘을 합친 뿌듯한 결과이다. 물론 보장성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약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다른 나라에서도 부러워하는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이 한순간 반짝 인기가 아닌,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제도이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보장성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과 함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관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그 두 가지 노력의 실질적 추진방안을 담은 청사진이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글귀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활짝 피어난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이 열흘 만에 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꽃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