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근본 달라 ‘무면허 의료행위’…엉퉁한 진단과 해석 우려도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박홍준 부회장은 지난 15일 오후 대검찰청에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 사용을 주장한 최혁용 한의협회장을 무면허의료행위 교수-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한의사를 대표하는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엑스레이, 혈액검사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하자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는 한의협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방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까지 하면서 법적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한의사들이 학문의 근본부터가 다른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촬영하더라도 진단 가능한가?=우선 최혁용 한의협회장은 추나요법과 관련해 10mA/분 이하의 저출력 휴대용 엑스선 검사기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단체인 대한영상의학회에 따르면 엑스레이 검사는 해부학이나 방사선 물리학과 방사선 방어 등 다양한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즉 촬영한다고 자동적으로 진단까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의사가 아닌 자격을 갖춘 전문가인 의사들이 판독하고 올바르게 해석해야만 명확한 진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10mA/분 이하의 것은 안전관리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 하더라도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존재한다.

의협과 영상의학회는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휴대용 엑스선 장치를 한의사들이 사용할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다”며 “아무리 방사선 피폭이 작은 엑스선 검사라도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검사는 오히려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들 단체는 “10mA/분 이하의 저출력 휴대용 엑스선 검사기기가 엑스선이 많이 나오지 않아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검사자에게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한다”며 “단순히 환자가 편하다는 이유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엑스선 검사를 하는 것은 환자의 방사선 피폭만 증가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학문·임상 경험 달라 혈액검사 해석 엉터리=이밖에 한의협이 첩약 급여화를 앞두고 한약 투약 전과 후 안전성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마찬가지로 반발하고 있다.

관련 학술단체인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진단검사는 혈액이나 소변 등의 검체를 검사해 수집한 건강정보를 이용해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에 기여하는 의학이다.

특히 진단검사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결과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검사결과를 어떤 학문적 관점에서의 해석이라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의협과 진단검사의학회는 “의학에서 혈액검사는 인체 해부학 및 생화학, 내분비학, 면역학 등의 의학적 관점에서 해석된다”라며 “반면 유권해석을 통해 복지부가 한정하였듯이 한의사는 ‘한의학적 혈액검사’를 통해 ‘어혈’과 ‘점도’를 확인한다”고 피력했다.

또 이들 단체는 “혈액검사를 해석하는 학문적 관점의 차이는 의학과 한의학을 구분 짓는 너무나 본질적인 것”이라며 “의학적 혈액검사를 학문적이나 임상적 경험이 전혀 다른 한의사가 해석한다면 그것은 엉터리 무면허의료행위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같이 의료계와 한의계가 의료기기 사용만을 두고도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연장선상에 있는 의학교육일원화의 경우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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