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차원 간호사 근무 환경 개선 노력에 의문 제기
간호사 자살 방지·근무 환경 개선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 요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故 박선욱, 서지윤 두 간호사의 연이은 죽음에 대해 간호계와 전문가들이 이는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및 간호사 인력·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먼저 발제를 맡은 권동희 노무사는 故 박선욱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의 사망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난 3월 산재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의의와 한계점을 밝혔다.

권 노무사에는 산재승인이 병원사업장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음을 분명히 인정한 결과라고 전했다. 또한 병원의 산재 불인정 주장에도 불구하고 산재 승인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무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장했으나 판정위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사업주와 동료 조사 등 적극적인 조사가 부족했으며, 향후 이를 강제할 수단도 없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시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한계점을 함께 지적했다.

또한 인력충원,업무시간 준수,연장수당 지급 등 사업장의 현실적인 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노무사는 “간호사의 경우 교대제 전후의 연장근무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불법 연장근로 및 연장근로미지급 등에 대한 고용노동청의 감독부실이 매년 국정감사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의 직장내 괴롭힘 법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권 노무사는 “법률이 고인 생존 당시 효력이 있는 법률이었다고 가정한다면, 간호사의 위계적 구조와 프리셉터와 고인의 상하 관계를 고려할 때, 괴롭힘으로 신고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제로 故 서지윤 간호사 죽음의 진상규명을 전한 김경희 서울의료원 간호사도 “여전히 1년차 미만의 신규간호사가 대거 사직하고,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로 1년을 못버티고 사직을 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공급확대를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대책으로 간호대학 정원확대, 유휴간호사 재취업을 통한 활동간호사 공급 확대, 야간전담간호사 제도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내놨다

김 간호사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간호인력 대책은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유지하고 신규간호사 및 유휴간호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라며 “간호사를 부품처럼 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돈벌이 용도로 간호사를 부품으로 쓴다면 직장 내 괴롭힘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환자의 안전도 위협당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도 정부의 간호인력 대책 및 처우개선 노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복지부가 76억을 투입하는 교육전담 간호사 지원에 대해 “병상 수를 고려해 최대 5명까지 가능한 교육전담 간호사가 실효성 있는 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질의 문제”라면서 “캐나다의 경우 교육받은 간호사들이 중환자실 등 실무에 투입하는데 1년을 교육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6일동안 급하게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간호사는 간호사들이 취한 환경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중환자실 환자의 경우 선진국은 환자 1인당 간호사 1명을 배치하는데 우리는 3명 이상을 커버해야 한다”면서 “이러다 보면 위중한 환자로 간호사가 집중되고 환자의 서비스 질도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간호사는 국내 대학병원들의 간호사 임금체불 문제 등을 함께 지적했다.

◆정부, 사업장 직무 스트레스 감독 및 수가개선과 가이드라인 마련 약속

고용노동부와 복지부는 각각 간호사 직무 스트레스 감독과 수가개선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 고병곤 사무관은 “간호사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 측정도구를 개발해 실제로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100개소에 대해 기획감독을 하고 아산병원 등 일부 문제가 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과 합동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간호정책 TF 홍승령 팀장은 “올해 마련된 보건인력지원법을 통해 개선의 시작을 알릴 것”이라며 “이외에도 처우개선과 관련한 수가마련 및 개선과 간호사 근무환경 처우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 2월에 만들어진 간호정책 TF에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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