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교수,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 교육 영상 발표 “전 세계 동일 수준 혜택 누려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어려운 수술일수록 표준화가 이뤄져 많은 의사들이 시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명의 의사만 할 수 있는 수술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수술이 아니다”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최근 대한대장항문학회 학술대회에서 인튜이티브서지컬 다빈치 4세대 로봇 수술기인 Xi 모델을 활용한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을 4가지 단계로 나눠 소개하는 교육 영상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이윤석 교수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은 매우 복잡한 수술로 알려져 있다. 마치 종이가 여러 겹 붙어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구조를 한 겹 한 겹 벗겨서 가상의 공간을 만든 뒤 수술을 시행한다. 기존 복강경 수술 기구의 경우 기구가 꺾이지 않는 구조인 반면, 로봇수술은 신체 내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쉽게 접근 및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예전에는 수술 시야의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수술 중 조직 부위가 손상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로봇을 통해 눈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구조물들을 확대되고 입체감 있는 시야로 보면 안정감 있게 수술을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최대한 조직을 보존하며 수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로봇수술의 표준화와 공유를 위한 움직임이 의료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수술을 잘 할 수 있을까? 혼자만의 고민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나누며 술기의 성장과 환자를 위한 혜택을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윤석 교수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골프나 야구 등 스포츠에서 스윙 폼 교정 등을 위해 영상을 촬영한 뒤 분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리뷰 과정에서 다음번 수술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수술을 할 수 있게 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학회나 수술 트레이닝 프로그램 운영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기만의 술기를 가지는 것이 강점이 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식당 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전파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 교수는 “수술의 표준화, 교육 등이 이뤄져 자격 있는 의사들이 더 많은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아시아권과 미국 등 전 세계 환자들이 동일한 수준의 의료를 누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의 눈과 섬세한 손 대신하는 '로봇수술'의 발전

물론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의 트레이닝도 필요하지만, 기술이 상당부분을 보조해 줄 수 있으면 매우 훌륭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 다빈치 로봇수술기의 계속되고 있는 혁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윤석 교수는 훌륭한 의사(집도의)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3가지 요소를 소개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떨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자의 심장, 좋은 시야 확보를 위한 매의 눈, 그리고 부드럽고 섬세한 손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봇수술은 이 3가지의 조건에서 매의 눈과 섬세한 손을 대신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인류 역사에 있어 처음 수술을 시작한 이래 100년간은 ‘어떻게’ 수술 하냐가 화두였다면, 현재의 100년은 어떻게 수술을 ‘잘’ 하냐의 시대라고 본다. 이를 위해 의료계에서도 많은 연구를 거듭하며 노력하고 있다.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한 100년의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수술을 ‘안’ 할 수 있느냐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내다봤다.

또한 “그러한 시대가 올 때까지는 의료계도 정부도, 기업도 더 많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수술의 발전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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