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의심 만으로도 처벌 가능 경계해야…혐의 벗었지만 이미 폐업 피해 사례도
사무장병원 뿌리 뽑기 위해 설계자 발본색원에 초점 맞춰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이 행정조사를 거부할 시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의료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불법 사무장병원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 조사를 거부할 시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의심만으로도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게다가 고용된 대표원장이 떠안게 되는 수백억의 환수액 등의 문제점이 존재하기에 내부고발이 명확하게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최근 사무장병원 관련 조사거부 시 최대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주체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 등이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이 조사를 거부한 경우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사무장병원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사무장병원 근절은 협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서 정부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라며 “실제 사무장병원이 아닌데 의심을 받아 조사를 거부하게 되는 기관은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이라고 의심을 받고 있는 한 병원에서 소송에서 혐의를 벗었지만 이 과정에서 폐업해 결국 막대한 손해를 본 사건도 존재한다.

이 관계자는 “조사거부의 주체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사무장병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통해 의료기관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특정한 근거 없이 강제로 처벌을 집행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반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고용된 대표원장이 아닌 사무장병원의 설계자를 발본색원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료계 한 중진은 “마약사범을 예를 들면 직접 마약을 한 당사자도 나쁘지만 이를 세팅한 유통책을 잡아야 뿌리를 뽑을 수 있듯이 사무장병원도 불법을 용인한 병원장도 나쁘지만 이를 주도적으로 설계한 자를 잡아야 독버섯처럼 살아남는 사무장병원을 척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정처분 면제 조항도 의견 분분=특히 복지부에서 사무장병원 내부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신설한 자신신고시 행정처분 면제 조항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사무장병원 처벌의 핵심은 의료기관의 ‘업무정지’보다는 ‘환수’에 대한 후폭풍이 크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신고가 가능하냐는 점에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에 고용되거나 명의대여한 의료인이 자진신고한 경우 1차 위반은 경고 조치된다. 현행법상 자진신고 없이 명의대여가 적발된 경우 면허 취소된다.

또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경우 중 2차 위반 시 자진신고하면 자격정지 3개월 기준의 1/2 범위에서 처분을 감경받을 수 있다. 다만 2차 위반시 적발될 경우 자진신고를 해도 6개월 이상의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지며, 감면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수를 누구에게 하느냐다. 정작 돈을 버는 사무장은 그대로 두고 잘 모르고 고용된 피고용인에게 환수를 한다면 내부고발을 유도하기 힘들 것”이라며 내부고발에 대한 환수 면제권을 강조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무장병원을 척결하기 위해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는 조항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고용된 병원장이 짊어져야할 환수 금액은 차라리 몇 년 투옥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제권도 분명해야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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