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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약개발 좌절시키지 마라!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13년 전인 2006년 6월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 ‘합리적인 약가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의 Elias Mossialos교수가 ‘의약품 시장 규제’라는 발제를 통해서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의약품 시장에 대한 정부정책의 틀을 제시한바 있었다.

약제비 비중이 훨씬 높았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약제비 지출이 전체 의료비 지출의 10%대로 제약산업정책과 보건정책을 성공적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는 시사점으로 다가온바 있었다.

특히, 의약품 선별목록(Positive list)의 구성과 의약품 가격결정 및 사후조정 시스템에 대한 유럽 사례들은 같은 해 5월 초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 내용인 ‘선별등재시스템(Positive List) 및 약가협상 도입’과 같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의약품 정책 수립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바 있었다.

필자는 2007년 ‘선별등재제도 도입에 대한 이해 관련 주체자의 인식 및 태도 분석’ 논문을 통해 혁신 신약의 개발과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오직 약가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한 매우 편협한 논지라는 사실이었다는 지적을 한바 있는데 그 지적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2004 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표된 Bain & Company의 연구 보고서’에 의해서 밝혀졌음을 인용한바 있다.

선별등재제도 도입시 파급효과

선별등재제도의 우리나라 도입 시 예상되는 파급효과로서 첫째, 역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환자들이 새롭고 고가인 의약품을 접하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 할 것이고, 비급여 대상 약물을 100% 자부담으로 구매해야 함으로 건강보험에 지출하는 약제비는 감소하더라도 총약제비의 규모는 오히려 증가할 수가 있다.

둘째, 순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해당 의약품에 관련된 모든 근거자료를 종합하여 보험급여 여부의 판단에 활용할 수 있고, 보험자의 협상력이 강화되어 보험약품에 대한 급여정책을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시행할 수 있고, 보험의약품 관리업무의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셋째,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험등재 장벽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바 있다.

한편, 유럽의 강력한 국가 주도의 약가규제정책 지지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약가규제 정책에 따른 의약품의 저소비가 2002년 한 해에만 1600억 달러의 비용절감을 가져 왔다고 주장한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 유럽국가들의 약가는 미국보다 평균 30% 정도 낮았고, 유럽의 1인당 신약 사용빈도도 미국보다 30% 낮았다.

이를 분석해 보면 1992년 유럽에서 의약품연구개발로 지출된 비용은 100억 달러였고, 미국은 90억 달러였다. 이후 10년 동안 미국에 근거를 둔 제약기업은 연간 11%의 증가율로 의약품연구개발에 투자하였고 2002년도에 그 비용이 총 260억 달러에 달했다.

국가주도형 약가 규제 결과는?

그러나 동 기간에 유럽의 의약품 연구개발 비용 증가율은 8%에 그쳤고, 2002년도 의약품연구개발 비용은 210억 달러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럽의 강력한 국가주도형 약가규제로 인해서 유럽에 근거를 둔 제약기업의 본사가 점차 미국으로 이전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의약품 개발에 관련된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상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1인당 약제비 소비가 40%나 낮았던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철저한 국가 주도 약가통제에 힘입어 2002년 190억 달러의 약제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여타 관련분야의 손실이 220억 달러가 되어 결국 3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였다.

각설하고, 의약품정책의 목표는 거시적 차원에서 약제비를 적절히 통제하고, 미시적 차원에서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공중보건의 측면에서는 안전하고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 사용의 촉진, 부적절한 처방의 감소, 부작용과 의약품 사용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 등이 의약품정책의 목표가 된다. 이와 같은 의약품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각 국가는 자국의 현실에 부합되는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는 선택 가능한 몇 가지 대안에 대해, 비용(투입)과 결과(산출)를 동시에 비교 분석하는 평가방법이다. 즉, 비용이 동일하다면 어느 대안이 더 큰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지, 혹은 동일한 효과를 얻는데 비용이 더 적게 들어가는 대안은 어느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특성상 자원배분을 위한 의사결정에 주로 사용된다. 보건의료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보건의료사업들 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경우나 의약품을 포함한 의료기술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등재단계에서부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제출하게 하여 등재 여부 결정에 참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가격 결정에 참조하는 국가도 있다. 신기술의 효과가 비용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지, 즉 비용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효과를 가지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선별등재제도 실시 아래에서의 경제성 평가는 약의 가격책정 및 상환 결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제성 평가는 분명하고 투명한 방법으로의 동 제도의 설정 방법을 제공하고 신약의 사회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기여를 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의 잠재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당한 혼란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성 평가는 새로운 등급의 의약품 또는 특정조건에서의 최초의 의약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특히 유용하지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원칙적으로 경제성 평가는 가격 대 비용(Value-for-Money) 고려가 중요한 환경에서의 가격결정 및 상환결정에 관련이 있어야 한다.

결국 신약의 임상적, 의료경제학적 가치나 투자된 개발비와 무관하게 정부주도의 강한 약가관리제도상 규제정책을 펴온 국가는 결국 사회적, 경제적, 보건의료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해당 국가의 국민이 떠안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신약연구개발은 다국적제약회사와 비교도 안 되는 규모와 수준으로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R&D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통한 재원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의약품정책과 약가관리제도의 시행이 산업 육성보다는 보험재정의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된다면 연구개발 중심 바이오헬스산업계의 제약기업, 바이오기업, 벤처기업들은 재투자를 통해서 신약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산업경쟁력이 상실되고, 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 또한 저하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소망을 좌절 시켜서는 안 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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