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소 신경전, 공단 ‘원주 공단본부’ VS 의협 ‘의협 회관’
공단,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 바탕' 주문-의협, '원만한 합의점'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수가협상을 앞두고 진행한 상견례에서 협상장소를 두고 대립하면서 삐그덕대는 모습을 보였다.

건보공단에서 협상장소를 원주 본부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의협에서는 서울지부를 고집한 것.

게다가 의협에서는 오히려 원주 공단본부나 서울지부가 아닌 의협회관에서 협상을 진행할 것을 역으로 제안했지만 공단 측에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단장 이필수·의협 부회장)과 건보공단은 10일 건보공단 당산 스마트워크센터 3층 중회의실에서 2020년도 수가협상과 관련 상견례를 가졌다.

왼쪽부터 건보공단 서철호 수가급여부장, 박종헌 급여전략실장, 정해민 급여선임실장,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의협 이필수 부회장, 박진규 기획이사, 김종웅 개원내과의사회장, 의협 연준흠 보험이사

이날 상견례는 의협과 공단 양측 모두 수가인상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실제로 앞으로 긍정적인 협상을 진행하자는 단순한 인사자리가 됐다.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라며 “투명한 근거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의협도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상이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는 “의원급 정책적 배려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수가협상에서 다룰 의제는 아니라 의정간 협상에서 진행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올해는 전국민건강보험 30주년과 문케어 2주년 맞는 뜻깊은 해다. 그간 공급자 헌신적 노력에 감사하고, 수가협상도 원만한 합의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의협에서도 이번 수가협상에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의협 이필수 수가협상단장도 “지난해는 협상이 결렬됐었는데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며 “공단의 입장도 이해하기 때문에 협상기간 동안 서로 존중하고 원만한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협과 공단은 협상장소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왔다.

의협 관계자는 “공단에서 각 공급자단체에 협상을 원주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의협에서는 서울지부에서 진행할 것을 고수했다”라며 “의협에서는 공단에 의협회관에서 협상하자고 역제안했지만 공단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언급했다.

의협의 1차 협상은 오는 15일 오후 4시에 같은 장소(공단 당산 스마트워크센터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리며, 2차 협상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회, 약국 행위료 점유·증가율 감소 호소=이날 대한약사회도 의협에 앞서 공단과 상견례를 갖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근거중심에서 합의점을 찾는 협상을 진행하기로 다짐했다.

다만 약사회는 이날 상견례에서 매년 약국 행위료 점유율과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더 이상 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공단 측에 전달했다.

또 약사회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병원 행위료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수가협상에서 단순히 인상률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큰 틀에서 논의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했다.

약사회 2차 수가협상은 오는 23일 같은 장소(공단 당산 스마트워크센터 3층 중회의실)에서 오전 11시에 열리며, 3차 협상은 28일 원주 공단 본부에서 오후 5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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