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차원의 자율적인 가이드라인 준수에 식약당국‧의료계 ‘공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가 마약안전기획관을 신설하고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감시강화에 나선 가운데,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전경

7일,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지난 2월,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3년간의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마약류 안전사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식약처는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시스템상 수집된 정보를 빅데이터로 이용, 해당 의사들에게 처방량 등을 분석한 ‘안전사용 도우미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다. 의협의 연구결과에 따라 제작된 가이드라인 역시 '도우미 서한'에 참고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협과 각 시도의사회를 비롯해 전문가 단체들을 만났지만 오남용에 대한 기준을 규정하기에는 쉽지 않았다”면서 “또한 허가 사항에 어느 정도 용법, 용량이 있는데 이걸 넘어선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오남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의협에 오남용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협 민양기 의무이사는 “의협도 이미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내부에서 통제가 필요하는 의견이 있었던 차에, 식약처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연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3가지 약에 대해 연구할 예정인데 졸피뎀에 대한 연구가 현재 마무리 단계이며, 이후에는 프로포폴과 식욕억제제에 대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민 이사는 마약류 의약품의 의학적‧치료용 목적과 오남용과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면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 같은 경우, 허가내에서는 하루에 한알을 사용하게 돼있지만 실제로 졸피뎀을 복용하는 환자들 중에는 한 알만 복용해서는 잠을 못자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는 “하루에 두 알 먹는 사람에 대해 무작정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오남용했다고는 볼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그렇다고 무한정 허가해줄 수도 없기 때문에 특수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해 결국 의료계가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협은 각 의약품별로 관련된 분야와 함께 논의를 진행해 오남용 기준을 만드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졸피뎀의 경우에는 정신과와 논의하고, 프로포폴은 성형외과 등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

민양기 이사는 “의사 개인의 입장에선 이런 오남용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에 진료권의 침해행위로 우려하는 부분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자율적으로 노력해야한다는 부분에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통합시스템의 빅데이터로 서한을 보내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영역을 존중해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최종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도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지키는 것이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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