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인정과 교류' 통해 문화적 충돌 피하는 노력 중요
서울대 조병희 교수, 국회 토론회서 '단계적 통합 방안' 제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현재의 의료일원화는 통합 담론이 부재하며, 진정한 의미의 의료일원화로 가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한의계간 상호 이해를 통한 통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학계로부터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사진)는 의료일원화의 가능성과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조병희 교수는 발제에서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간의 사회적 관심이 세계적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이들 간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국내의 의료일원화 시도는 1962년 박정희 정부의 교육통합 모형 제시부터, 지난해 의한정 협의체까지 수십년의 세월동안 진행되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진정한 의료통합을 해내기 위해 '상호인정과 교류가 핵심'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 교수는 의료통합을 위해서는 먼저 의료계와 한의계가 상호 인정 및 존중을 통해 신뢰를 얻어내고, 상대방 지식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공유를 필요로 한다고 제기했다. 또한 교육연구 과정과 협력, 환자의뢰 등 의료전달시스템 내에서 실질적인 교류를 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제안했으며, 정책과 제도에 대한 외부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국내에서는 의료일원화를 거론하면서 통합 담론이 없으며, 통합방식이 다분히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에 따르면, "현재 의료일원화 논의는 일원화 주장만 있는 상태이며, 교육통합 이후 한의학, 한방제도의 변화 방향에 대한 논의가 부제하다. 또한 통합의사가 만들어질 경우 한의학이 자연 소멸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양측간 이해득실의 균형이 이루어질지 불분명하다는 것"을 문제로 제기했다.

아울러 의료일원화가 의사 인력의 증가와 경쟁을 심화시키는 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도 내놓았다. 의료일원화가 초래할 위험으로는 △한방의 의학적 표준화 및 과학화, 증거기반의학 채택압력 △전통적 한의학 영역의 축소 △통합과정에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등을 들었다.

이외에도 단순한 의료일원화는 새로운 분쟁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조병희 교수는 “한의사의 의사화를 통해 외형상 집단 갈등은 종식될 것이나, 집단 내 갈등의 형태로 전환 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의사제 도입 후 한방이 소멸되지 않고, 의료계의 ‘약한 고리’에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개원의사들과 새로운 경쟁과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학과 한의학의 갈등은 일원화를 통해 한 순간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간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조교수는 의‧한방의 충돌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한의학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내면서도 침술에는 약간의 관심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한의사는 한방을 규제하는 의료제도를 갈등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이같은 의학과 한의학의 갈등에 대해 "일종의 문화충돌이며, 기본 관념이 상이하기 때문에 인위적 통합이 어려우므로,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의사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최종 통합보다 교류 협력의 활성화 등을 통해 통합에 이르는 과정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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